"나는 그 말을 믿지 않소. 하지만 나한테도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고 그대가 심리역사학이란 걸 가지고 트랜터에 처음 온 당시의 모습도 기억하오."
"그렇다면 당시에 제가 그건 현실에 적용할 수 없는 수학적인 이론에 불과하다고 설명한 내용도 분명히 기억하실 겁니다, 폐하."
"그래, 그렇게 말했지. 아직도 그렇게 말하고 있소?"
"네, 폐하." - P112

나는 심리역사학이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그대의 말을 믿지 않소. 데머즐이 그대와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으니 말이오. 그대는 내가 그런 것도 모르는 멍청이라고 생각하오? 데머즐은 그대한테 무언가를 바라고 있소. 그가 그대한테 바라는 건 바로 심리역사학이오. 나 역시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바라고 있소. - P113

"그래, 자네 부친이 자네를 보낸 이유가 무엇인가, 젊은이?"
레이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제가 선생님한테 뭔가 불리한 내용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에토 데머즐을 열렬하게 지지하시거든요."
"그런데 자네는 그렇지 않나?"
"그렇습니다, 선생님. 저는 다알 출신이거든요."
"그건 나도 알고 있네, 젊은이, 하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가?"
"저 역시 억압을 받았으며 그래서 선생님 편에 서서 선생님을 돕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우리 아버지께는 알리지 않고." - P117

조라넘이 목청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다시 물어보지. 나를 어떤 식으로 도울 수 있겠나, 젊은이?"
"선생님이 믿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사실을 알려 드릴 수 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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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그렇다면 잘 들으세요. 에토 데머즐이란 인물은 인간이 아닙니다. 로봇이에요."
"뭐?"
조라넘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레이치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로봇은 기계 인간입니다. 인간이 아니라 기계." - P118

그래, 젊은이, 전설은 그렇다 치고, 자네가 에토 데머즐이 로봇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로봇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에토 데머즐의 어떤 점 때문에 자네는 그자가 로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자가 그렇게 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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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 데머즐의 독특한 특징 때문입니다. 데머즐은 변하질 않습니다.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어떤 감정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를 보면 쇳덩이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특징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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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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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그자가 로봇이라고 하지, 젊은이. 하지만 그게 자네랑 무슨 상관인가? 그게 자네에게 중요한 문제인가?"
그래서 레이치가 대답했다.
"당연히 중요하지요. 저는 인간입니다. 저는 로봇에게 제국의 운명을맡기고 싶지 않습니다." - P120

"나는 그대의 장단에 넘어가지 않소, 셀던, 그대는 8년 동안 심리역사학을 연구하고 있소. 총리는 조라넘을 법적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고 나한테 주장하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무엇이오?"
셀던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폐, 폐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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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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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소?"
"폐하께서 가만히 계시는 게 좋습니다. 총리 각하도 가만히 계시는게 좋습니다. 정부는 조라님이 마음대로 하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그러는 게 무슨 효과가 있겠소?"
셀던은 목소리에 가득한 좌절감을 억누르려고 애쓰며 이렇게 대답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드러날 겁니다." - P128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첫 번째 질문은 바로 이랬다.
"총리 각하, 각하는 로봇인가요?"
데머즐은 차분하게 쳐다보기만 해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러다가빙그레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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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머즐은 웃음이 가라앉길 기다린 다음에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제가 그런 질문까지 대답해야 합니까?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 P134

마이코겐으로 돌아간다는 건 사실상 조라넘한테 자살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자는 자살을 할 타입이 아닙니다. 니샤야를 선택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건 이성적인 선택이긴 하지만 영웅적인 선택은 아닙니다. 니샤야에 피난을 간 사람이 제국을 장악할 만한 운동을 전개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그 추종자들도 흩어질 게 분명합니다. 신성한 열정을 지닌 순교자라면 따르겠지만 누가 보더라도 확실한 겁쟁이를 따를 순 없을 테니까요."
"놀랍군!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 했소, 셀던?" - P139

셀던은 이동하면서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당면한 문제로 마음을 돌리는 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총리가 된 지 벌써 10년이었다. 셀던이 그 자리를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그루버가 안다면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산처럼 높이 올라갈 것 같았다. 아, 다양하게 발전한 심리역사학 기법이 지금 셀던의 눈앞에 견디기 힘든 딜레마를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그루버가 이해할 수 있을까? - P147

셀던이 총리 집무실에서 심리역사학 연구실로 이어진 정원을 꾸준히 오가는 사이에 드디어 심리역사학이 미래를 예측하는 경지까지 오른 지금 해리 셀던은 평화로운 시기가 끝날 수도 있다는 불길한 가능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 P153

"그렇죠, 하지만 이번엔 훨씬 구체적이에요. 중심부에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요."
"트랜터에서?"
"아니면 주변부에서요. 여기에서 내전 같은 나쁜 상황이 일어나거나 주변부의 외부 행성이 이탈하기 시작할 거예요."
"그런 가능성은 심리역사학이 없어도 지적할 수 있어."
"재미있는 건 그 두 개가 서로 배타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이에요. 이것 아니면 저것이란 식으로 두 가지 모두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여기요! 보세요! 선생님이 만드신 방정식이잖아요. 자세히 보세요!" - P158

"그렇소. 하지만 세계주의자들은 제국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 주는 모든 증거는 환상이거나 의도적인 사기라고 주장했소. 제국 사절단이나 관리라는 사람도 모두가 헬리콘 사람인데 뭔가 이기적인 목적 때문에 연극을 하는 거라고 말이오. 이성적인 사고를 완벽하게 거부한거요." - P165

"해리, 내 생각을 말해 주죠. 심리역사학이 트랜터에서 끔찍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지적하고 조라넘주의자가 여전히 남아 있다면 말이죠, 그 끔찍한 사태라는 건 조라넘주의자들이 황제의 암살을 꾸미는 음모로 나타날 가능성이 많아요." - P167

"우리가 새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는데, 대장, 그건 실수야. 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어."
"당연하지요! 내가 노리는 게 바로 그거예요."
나마티가 의자에서 몸을 살짝 꿈틀거려 억지로 분노를 삭이며 덧붙였다. - P170

"아니에요. 일상적인 차원에서 볼 때 아버지보다 깨끗한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꼭 그래야 할 때에는 카드를 충분히 속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시라고요. 아버지가 심리역사학으로 하고 싶은 게 바로 그런거 아닌가요?"
그러자 셀던이 슬픈 어조로 대답했다.
"아직까지는 심리역사학으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 P183

레이치가 본론으로 돌아오며 다시 물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제 네가 나설 차례란다, 레이치. 나한테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
네가 그걸 찾아오면 좋겠어. 물론 너희 엄마를 보낼 수도 있지만 너희엄마는 어떤 경우에도 내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할 거야. 하지만 나 자신은 이 시점에 황궁을 떠날 수가 없어. 너희 엄마와 나 다음으로 내가믿는 사람은 바로 너야. 실제로는 너희 엄마랑 나 자신보다 더. 너는 아직 아주 젊고 튼튼한 데다 헬리콘 체술 실력이 예전의 나보다 뛰어나. 그리고 똑똑하지. - P192

나마티는 제국에서는 물론 조직 내에서도 가장 똑똑한 친구는 아니야. 통찰력이 아주 날카로운 것도 아니고 이성적인 사고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 옆에서 끊임없이 만류해야 돼… 하지만 저 친구한테는우리 누구한테도 없는 추진력이 있어. - P211

"대표 정원사를 새로 임명한다는 건, 앤도린, 행정부서 장관을 새로 임명하는 것과 같아. 새로운 총리나 새로운 황제가 생겨난 것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는 거라고 새로 임명된 대표 정원사가 주변을 자기 측근으로 채우려고 할 거야. 썩은 나무토막처럼 보이는 건 모두 잘라 내고신임 정원사를 수백 명은 뽑을 게 분명하다고." - P216

나마티가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좋아. 좋아. 진정해. 나쁜 의도는 없으니까.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지 않겠어? 조라넘을 누가 죽였지? 10년 전에 우리의 희망을 꺾은게 누구지? 바로 그 수학자야. 지금 심리역사학이라는 엉뚱한 논리로 제국을 통치하는 바로 그자 말이야. 클레온은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가 없애야 할 상대는 해리 셀던이야. 우리가 지금까지 기간 시설을 망가뜨린 이유 역시 해리 셀던을 곤경에 몰아넣기 위한 거라고. 그로 인한 모든 불만이 지금 그자한테 몰리고 있어. 그자의 비효율성과 무능함 때문으로 모든 문제가 일어나는 중이라고 해석되고 있단 말이야."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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