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책이라고 하는 것은 믿음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새로운 탐구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삼는 것이 옳다. 서책을 대할 때는 서책이 하는 말을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 - P588
「그것은 너를 두고 하는 말이다De te fabula narratur〉.」 그 책을 보는 순간 나는 나의 상사병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중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P600
특히 사랑이라는 병은 괴질(怪疾)이기는 하되 사랑 자체가 곧 치료의 수단이 된다는 이븐 하의 정의는 인상적이었다. 이븐 하즘에 따르면, 사랑이 괴질인 까닭은,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치료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통찰인가! - P600
내눈에, 경호병들에게 붙잡혀 있는, 얼굴이 눈의 흰자만큼이나 하얗게 질린 살바토레와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내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여자는, 내 생각 속에서 나를 괴롭히던 바로 그 여자였다. 내 쪽으로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가 나를 알아본 듯한 그 여자는 필사적인 애원이 묻은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달려나가 여자를 구하고 싶었다. - P607
이 수도원 수도사의 안내를 받아 이자와 마녀를 독방에다 분리 감금하라. 수도사는 벽의 고리에다 단단히 묶어 두되 심문이 시작되면 언제든 끌어 내어 올 수 있도록 하라. 여자는, 정체가 분명해진 이상 화형대로 보내는 마녀 재판이 따로 열릴 터이다. 따라서 밤중에 끌어 내어 심문할 일은 없을것이다. 베르나르기는 끌려가는 살바토레에게, 진실을 말하고 공범을 대면 죽음을 면하는 길도 있다는 말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P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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