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나와 여자는 나란히 누워 있었다. 부드러운 손길로 내 몸을 쓰다듬는 여자의 손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내 가슴속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러나 평화롭지는 못했다. - P464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죄악을 저지르기는 하였어도 내 청춘은 참 아름답고 선했었다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제, 내 앞에 임박한 죽음에도 내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때가 되었다. 그러나 그 젊던 시절에 나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저지른 죄악을 심히 울었다. - P466

회한에 몸이 오그라들고 공포에 몸이 떨렸다.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해 성사를 맡아 줄 것을 간청했다. 사부님의 허락이 떨어지자 나는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하나도 숨기지 않고 낱낱이 고해했다. - P468

허나 하느님께서 창조하셨거니, 하느님께서 이 못난 것들을 그냥이야 창조하셨겠느냐? 무엇이든 쓸 만한 걸 좀 넣어 두지 않았겠느냐는 말이다. - P469

살바토레는, 사부님이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얼렁뚱땅 얼버무릴 계제도 아니고 임기응변으로 모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살바토레는 듣기 민망한, 참으로 괴이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살바토레는 식료계 레미지오를 기쁘게 하기 위해 밤이면 마을에서 여자를 꾀어 자기만 아는 통로를 통해 수도원 경내로 들어온다고 고백했다. - P495

살바토레가 중언부언하자 사부님은 결정타를 날렸다. 그를 협박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언제 레미지오를 만났느냐? 돌치노와 함께 있을 때 만났느냐? 아니면 그 뒤에 만났느냐?」
살바토레는 <돌치노〉라는 이름이 나온 순간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단 심판관들로부터 목숨만은 구해 달라고 애원했다. 사부님은 진실만 이야기하면 이단 심판관들로부터 지켜 주고, 들은 이야기도 혼자만 알고 있겠노라고 약속했다. - P496

수도사님,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현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탐욕스러워지는 것입니까? 여기에 서 있는 저는 꿀돼지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이단자를 화형대로 보내시는 수도사님, 꿀돼지도 화형대로 보내시겠습니까? - P506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주방으로 들어간 저는, 바닥에 쓰러진 베난티오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볼 당시에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주방 바닥에?」
「그렇습니다. 설거지대 바로 옆이었습니다. 문서 사자실에서 내려온 것 같았습니다.」 - P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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