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작은 자신의 연금형이 시작된 첫날 밤을 떠올려 보았다. 그때 그는 자신의 대부가 오래전에 해준 말씀대로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었다. - P251

독일인은 농담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 같은 눈길로 자기보다 더 젊은 영국인을 바라보았다. "이 술집에 있는 사람 가운데 누구라도 러시아가 서구에 기여한 것을 세 개 더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보드카를 한 잔 사겠소." - P253

"실례하겠습니다, 신사분들. 난 두 분이 나누는 대화를 부득이 엿듣게 되었습니다. 독일 양반, 물론 나는 러시아가 서구에 기여한 것에 관한 당신의 발언은 일종의 과장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적효과를 위해 사실을 과장되게 깎아내린 것이란 말입니다. 그럼에도 난 당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기꺼이 당신의 도전에 응하고자 합니다." - P253

어떻게 내가 옐레나에게, 네가 사랑에 빠진이 남자는 너의 훌륭한 품성에 반해서가 아니라 내게 앙갚음할 속셈으로 네 애정을 갈구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었겠소? - P260

만화경을 들여다보면서 손목을 약간만 돌리면 색유리 조각들이 움직여서 새로운 형상―특유의 대칭 형태, 특유의 복잡 미묘한 색상, 특유의 무늬를 지닌 형상을 만들어낸다.
1920년대 후반의 모스크바 역시 그랬다.
메트로폴 호텔도 마찬가지였다. - P279

그토록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으므로 어린 니나를 곰처럼 껴안는 것이 백작의 본능에 충실한 자연스러운 행동이었겠지만, 니나는 그의 충동을 억누르게 만드는 태도로 그를 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만나서 반갑구나, 니나."
"저도요, 알렉산드르 일리치." - P297

"그냥 앞으로의 여행에 대해 니나가 너무 열정적으로, 너무 자신있게, 너무 외곬으로 얘기하는 걸 들으니 그 애에게서 유머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그 애는 마치 불굴의 모험가처럼 북극 만년설 위에 깃발을 꽂고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주장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나는 그애의 행복이 그곳과는 전혀 다른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어요." - P303

뒤틀린 것은 백작의 인생행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알렉산드르 로스토프는 자신의 침실에서 보야르스키로, 또 그 반대 방향으로 호텔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보냈기 때문이다. 그렇다. 꼬이고 돌아가고 틀어지고 다시 되돌아간 운명은 백작의 인생행로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안나의 인생행로였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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