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신과 AA는 헤일로호를 타고 목성 클러스터로 돌아가 아시아 1호 동면 센터에서 다시 동면에 들어갔다. 예정된 동면 기간은 200년이지만 계약에 한 가지 조항이 추가되었다. 동면 기간 내에 암흑의 숲 공격을 받게 된다면 언제든 소생시킨다. - P601
단독으로 발사된좌표는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언젠가는 결국 청소된다. 허위 좌표일 수도 있지만 1억만 개의 저엔트로피 세계에 그 수보다1만 배는 많은 청소부가 있으므로 그중 누군가는 그것이 진짜 좌표라고 판단할 것이다. 모든 저엔트로피체는 청소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 P609
내가 저엔트로피 세계를 볼 수 있다면, 그 세계도 언젠가는 나를 볼 수 있다. 조금 늦게 보느냐 일찍 보느냐의 차이일 뿐. 그러므로 어떤 상황에서든 남이 청소할 때까지 기다리는건 위험하다. - P609
이건 이 백색의 구체와 우주 도시 결합체가 목성의 그림자속에 숨어 있는 것도 아니고 목성과 나란히 돌며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었다. 지금 그들은 목성의 위성이 되어 목성 주위를 돌고 있었다. - P617
청신이 물었다. "공격 경보가 발령됐나요?" 차오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세기 전 경보가 잘못 발령된 적이 두 번 있었지. 그때 너희를 깨울뻔했어. 하지만 이번엔 진짜야. 얘들아, 나도 이제 120세가 됐으니 이렇게 불러도 되겠지? 얘들아, 암흑의 숲 공격이 개시됐단다." - P619
AA가 창밖으로 보이는 우주 도시 결합체를 가리켰다. "왜 벙커로 피하지 않는 거죠?" 차오빈이 시선을 아래로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 벙커도 무용지물이니까." 청신이 물었다. "지금 광립이 태양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어요?" "광립은 없단다." "그럼 뭘 발견한 거예요?" 차오빈이 처량하게 웃었다. "종이쪽지." - P620
관측 데이터에서 외계 우주선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경보 시스템이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외계 우주선이 태양을 향해 광립 대신 다른 물체를 발사한 것이다 - P622
레벌레이션호에서 보낸 무인탐사정이 빠른 속도로 목표물에 다가갔다. 50킬로미터, 500미터……, 탐사정이 목표물과 5미터 거리에서 멈추었다. 탐사정에서 촬영한 고화질 홀로그램 화면이 두 우주선으로 전송되었다. 화면 속에 외우주에서 태양계로 발사된 물체가 떠 있었다. 작은 종이쪽지였다. - P628
사람들은 그 물체가 평범한 종이쪽지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마치 환영인 듯 현실 세계의 그 어떤 물체에도 아무런 작용을 미치지 않았고, 작은 우주의 기준면처럼 정확하게 원래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어떤 접촉으로도 위치나 운행 궤도를 바꿀 수 없었다. - P630
바실리가 우주복 장갑을 낀 손으로 종이쪽지를 만지자 손이 종이쪽지를 뚫고 지나갔다. 장갑 표면에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고 바실리도 그 어떤 영혼의 신호도 받지 못했다. 그가 다시 손을 뻗어 종이쪽지가 손바닥 가운데 왔을 때 손을 멈추었다. 작은 흰색 필름이 손바닥을 반으로 가르는 위치에 있었지만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종이쪽지가 손바닥과 맞닿은 부위에 손바닥 단면의 윤곽선이 나타났다. 종이쪽지가 잘리거나 찢어지지 않은 상태로 온전히 손바닥을 관통한 것이다. - P631
외마디 비명 후 레벌레이션호의 모니터에 두 탐사 대원 중 한 명이 탐사정에서 뛰쳐나오는 장면이 잡혔다. 우주복의 추진기를 작동시켜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탐사정의 아랫부분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그곳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달궈진 유리 위에 놓인 아이스크림처럼 탐사정의 아랫부분이 녹아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 P640
"장군님은 저 물체가 아무것도 아니고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고하셨죠. 장군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에요. 안에 아무것도 없어요. 저건 그저 공간이에요. 우리 주위에 있는,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과 똑같아요. 유일한 차이점은 2차원이라는 거죠. 덩어리가 아니라 평면이예요. 두께가 없는 평면." - P643
"도망칠 수 있나?" "지금 도망치는 건 폭포의 낭떠러지 끝에 매달린 배에서 노를 젓는 것과 같아요. 탈출속도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 노를 열심히 저어도 폭포로 떨어지는 시간을 늦출 뿐이죠. 돌멩이를 아무리 높이 던져 올려도 결국에는 떨어지는 것과 같아요. 태양계 전체가 폭포로 떨어질 거예요. 탈출속도에 도달해야만 여기서 탈출할 수 있어요.", "탈출속도가 얼마야?" "네 번이나 계산했으니까 틀릴 가능성은 없어요." "그래서 탈출속도가 얼마냐고!" 레벌레이션호와 알래스카호 승선원들이 숨죽이고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전 인류를 대신해 종말의 판결을 듣고 있었다. Ice가 담담하게 판결을 내렸다. "광속입니다." - P643
5시간 전 태양계 경보 시스템을 통해 우리 성계에 대한 암흑의 숲 공이 격이 개시되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번 공격은 차원 공격입니다. 태양계가 존재하는 공간의 차원을 3차원에서 2차원으로 떨어뜨리는 공격입니다. 태양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완전히 멸종될 것입니다. - P652
AA가 큰 소리로 외쳤다. "뤄지 박사님이세요?" "나 말고 또 누가 있겠어? 다리가 예전 같지 않아서 마중하러 올라갈수가 없군. 너희가 내려오려무나." 청신과 AA가 통로를 따라 뛰듯이 내려갔다. - P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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