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감에 도취되어 있던 뤄지는 타일러가 바로 옆에 다가온 뒤에야 그의 방문을 알아차렸다. 같은 신분이라는 심리적인 장애물 때문에 네 명의 면벽자들은 여태껏 사적인 연락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전에 전화 통화를 했기 때문에 뤄지도 타일러의 방문에 놀라지 않았다. 뤄지가 깍듯한 친절함으로 타일러를 맞이했다. - P268

당신의 전략에는 트릭과 연막전술이 부족합니다. 남을 기만할 수 있는 함정이 없습니다. 너무 명백하고 직설적이죠. 당신이 처음으로 파벽당한 면벽자가 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 P274

뤄지를 바라보는 타일러의 창백한 얼굴 위로 한 가닥 웃음기가 떠오르더니 이내 미치광이처럼 히스테릭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당신도 웃는군! 면벽자를 향한 미소를 지었어! 면벽자가 다른 면벽자를 보며 미소를 지은 거야! 당신도 내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군! 내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어! 내가 계속 세상을 구할거라고 생각하겠지! 하하하하!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웃기지도 않은 상황에 빠진 거지?"
뤄지가 가벼운 한숨을 지었다.
"타일러 선생, 우린 이 올가미를 영영 빠져나갈 수 없어요." - P278

좡옌이 뤄지를 쳐다보며 물었다.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게 정말로 면벽 프로젝트의 일부인 거지?"
그녀의 표정은 천진하기만 했다.
"당연하지."
"하지만 인류 전체가 불행한데 우리만 행복할 수 있을까?"
"여보, 인류 전체가 불행할 때 행복하게 사는 게 바로 당신의 의무야. 당신과 아이가 행복할수록 면벽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도 커져." - P280

여보, 마지막 날로 가서 당신을 기다릴게. - P286

"당신 같은 정치가들은 툭하면 인류 전체를 논하죠. 하지만 내게 인류전체는 보이지 않아요. 내 눈엔 그저 개개인이 보일 뿐이죠. 나도 한 사람이고 또 보통 사람이니까. 인류 전체를 구하는 책임은 감당할 수 없어요. 그저 각자의 생활을 바랄 뿐입니다." - P290

뤄지가 고개를 들었다.
"정말로 내가 이 모든 걸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어째서 해보지도 않으려는 거죠? 모든 면벽자들 가운데 성공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이 바로 당신일 거예요. 난 그걸 당신에게 얘기해주려고 찾아왔어요."
"그럼 말씀해보세요. 어째서 날 선택했죠?"
"전 인류를 통틀어 삼체 문명이 유일하게 죽이려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에요." - P291

"박사 같은 사람들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중요한 직책을 수행하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은 한 가지 사실이 모든 것을 압도하죠. 삼체 세계가 박사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 자신의 파벽자가 되어 그 이유를 파헤쳐 보세요." - P294

뤄지는 자신이 면벽자가 된 그 순간부터 면벽 프로젝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으며 한 번도 사고가 멈춘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저 모든 사고가 잠재의식 속에서 이루어져 그자신조차 감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 P304

‘저길 좀 봐. 별은 그저 작디작은 점이야. 우주에 존재하는 각각의 문명사회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하지만 그 혼돈성과 우연성은 까마득히 먼 거리에 희석되었지. 우리에겐 그 문명들 하나하나가 매개변수를 품고있는 점이야. 수학적으로 생각하면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지.‘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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