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안 그랬어요. 어머님 음식에 독을 넣는 짓 따위 죽어도 못해요. 아까 당신도 말했잖아요. 내가 그동안 부엌에 들어간 적도 별로 없다고요.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님 식사를 준비했던 사람뿐이에요."
흥분한 탓인지 얘기가 묘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 P52

살인에 대한 관심이 구체화된 건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 나는 독약에 관한 글을 읽을 때마다 독약을 사용하는 장면을 꿈꿨다. 나라면 이렇게 하겠어, 아니야, 이런 방법도 있잖아, 하는 식으로. 다만 그때 내게는 독약을 먹이고 싶은 상대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실제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기분을 알고 싶었다. - P58

엄마가 정말로 할머니에게 독을 먹였는지를 판단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거기에 비소 같은 독극물을 엄마가 무슨 수로 손에 넣었을까 하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는 장면이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소금과 설탕, 조미료 등을 버리는 장면이다. 왜그랬을까. 그것들이 진짜 설탕과 소금 같은 것들이었을까. 아니면 그런 것들과는 다른 ‘하얀 가루‘였을까. - P60

부모님은 내게 하나의 선택을 강요했다. 아버지와 엄마 중 한쪽을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이미 이혼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 P61

아버지와 살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엄마는 낙담이라기보다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배신감을 느낀 것 같았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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