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말이지, 치과는 죽음과 무관하기 때문이야. 충치로 사람이 죽는 경우는 상상하기 힘들잖니. 하지만 중병에 걸린 환자의 배를 갈라 병든 부분을 잘라 내는 엄청난 수술을 한다고 치자. 환자가 살아나면 다행이지만, 만약 죽기라도 한다면 의사의 심정이 얼마나 괴롭겠니. 그리고 자칫하면 환자의 가족에게 크게 원망을 들을 수도 있고 말이야." - P11

구라모치 오사무와 친해지기 시작한 건 바로 그 무렵이다. 그와는 5학년에 올라와 처음으로 같은 반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가 내 인생을 바꿔 놓을 존재일 거라고 상상도 할 수 없었다. - P18

구라모치와 놀다 보면 용돈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와 노는 일을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함께 있으면 끊임없이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신선함은 집에서 머물 자리가 없던 내게 위로가 되었다. - P22

하여간 우리 집 사람들의 마음은 별채에 누워 있는 할머니를 축으로 왜곡되고 일그러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왜곡과 일그러짐은 그때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건 겨울 이른 아침의 일이다.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은 나였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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