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나는 매우 두려워하고 있었고, 그 두려움을 블레이즈에게 털어놓았다. 삼천 명으로 콜버를 공략하다니. - P221

블레이즈는 강했다. 내 기억 속에 있던 그보다도 훨씬 더 강했다. 그는 회오리바람처럼 돌진했고, 그의 장검은 마치 살아 있는것처럼 번득였다. 적병은 그의 장검 앞에서 차례로 쓰러졌다 - P225

간단히 얘기를 마치겠다.
그들은 나를 제외한 모두를 죽였다.
그들은 내게 그물을 던졌고 촉을 뭉갠 화살을 쏘았다.
마침내 나는 쓰러졌고, 마구 얻어맞은 다음 꽁꽁 묶이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 아무리 노력해도 내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악몽 하나를 남기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우리는 패배했던 것이다. - P230

그런 다음 앰버의 왕좌가 있는 홀을 향한 긴 행진이 시작되었다.
이 다음에 뭐가 올지 나는 알고 있었다.
에릭이 왕좌 앞에 서자 모두 고개를 조아렸다.
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결국 억지로 무릎을 꿇리기는 했지만.
오늘은 그의 대관식 날이었다. - P238

줄리언이 말했다.
"앰버의 새로운 왕이 권좌에 오르는 것을 보라!" 그런 다음 나를 향해 속삭였다. "왕관을 집어들고 에릭한테 넘겨. 그럼 자기가 직접 머리에 쓸 거야."
나는 케인이 받쳐들고 있는 진홍색 쿠션 위에 놓인 앰버의 왕관을 보았다. - P239

나는 잠시 그것을 양손에 들고 있다가 재빨리 내 머리 위에 올려놓고 선언했다.
"나 코윈은 스스로에게 왕관을 씌우노라. 짐이야말로 앰버의 왕이다!" 그 즉시 왕관을 빼았겼고, 왕관은 쿠션 위에 다시 놓였다. - P240

"네 눈은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가장 성대한 의식을 보았어……… 위병! 코윈을 대장간으로 데려가 인두로 양눈을 지지라! 오늘의 이 광경을 그가 본 마지막 광경으로서 기억하게 하라! 그런 다음에는 그를 앰버 밑의 가장 깊숙한 지하감옥의 어둠 속에던져 놓고, 모두가 그의 이름을 망각하도록 만들라!" - P241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전혀 없었다. 그 모든 일 중 가장 끔찍했던 것은 바로 그 사실이었다. 나는 태아와 마찬가지로 무력했다. 다시 한 번 시력을 되찾고 분노를 폭발시킬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을 내놓아도 좋았다. 한 시간이라도 좋다. 내 손에 검을 들고, 다시 한 번 나의 형제와 결투를 할 수만 있다면. - P253

"에릭 1세, 앰버의 왕을 위해 건배! 만세!"
나는 그 건배에 응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건배를 제안한 것은 케인의 목소리였고, 테이블 훨씬 상석 쪽에서 들려왔다.
나는 먹을 수 있을 만큼 먹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대관식날 이후 내게 주어졌던 음식 중 가장 훌륭한 진수성찬이었기 때문이다. 귓결에 들려온 소리에 의하면 오늘은 에릭의 대관식 일 주년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지하감옥에서 일 년을 꼬박 갇혀 지냈다는 얘기가 된다. - P256

앰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림자를 걸어온 기묘한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내서 닥치는 대로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들은 퇴치당했다. 에릭은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아직도 원인을 규명하려 하고 있었다. 나는 내 저주에 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효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혼자서 자축했다. - P259

내 시력이 돌아오고 있었다. 바로 그런 의미였던 것이다. 시랴 오른쪽
어디엔가에 있는, 사랑스러운 빛의 조각. - P261

"오베론은 이제 없어." 나는 대답했다. "내 형인 에릭이 앰버를 통치하고 있고, 나는 그자의 포로야."
"그럼 내가 선배로군." 그가 말했다. "나는 오베론의 포로이니까 말야." - P267

나는 나의 저주를 통해 저것을 만들어낸 것이다. 내가 평화로운 가나스 골짜기를 저와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켰던 것이다. 저것은 에릭에 대한 내 증오의 상징이었고, 그를 도와 권력 찬탈을 성공시키고, 나를 장님으로 만들도록 놓아 둔 모든 자들에 대한 증오의 상징이었다. - P283

나는 앰버 자체에도 거의 뒤지지 않을 정도의 광휘(光輝)에 가득 차 있는 땅, 거의 불멸에 가까운 그곳,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실재하지 않는 그 장소를 향해 출범했다. 이미 아득한 옛날 ‘혼돈’ 속으로 사라져 버린 장소이지만, 그 그림자는 아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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