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고 행동하고 있는 인물과 논쟁을 벌일 생각은 없었다. - P121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 발 밑에는 일종의 바위 표면 같은 것이 있었고, 바다 속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우리가 바다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호흡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데어드리는 걱정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 P122

"이곳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앰버에서 추방당한 자들이여?"
그녀는 물었다. 혀짤배기에 가까운, 부드럽고 물이 흐르는 듯한 목소리였다.
데어드리가 대답했다.
"우리는 진정한 도시의 옥좌에 앉아 있는 왕자의 폭위(暴威)에서 도망쳐 왔습니다 에릭의!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희들은 그의 몰락을 원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가 이곳에서 사랑받고 있다면 저희에겐 희망이 없습니다. 적의 손에 스스로를 맡긴 꼴이 되기 때문에. 하지만 저는 그가 여기서는 사랑받고 있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청하러 이곳에 온 것입니다. 상냥한 모이어님" - P130

"패턴을 걸음으로써," 데어드리는 말을 이었다. "저희는 코윈이 앰버의 왕자로서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 느끼고 있습니다. 그는 그러기 위해 앰버로 갈 수는 없고, 그것이 복제되어 있는 장소는 제가 아는 한 이곳뿐입니다. 물론 티어 노그 Tir-na Nog th는 예외입니다만, 몰론 이 시기에 그곳으로 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 P132

그러자 그는 발로 문을 열어 젖혔고, 우리는 그 안을 들여다 볼수 있었다. 무도장 크기의 방에 ‘패턴‘이 있었다. 바닥은 검었고 유리처럼 매끄러웠다. 그리고 그 바닥에 패턴이 있었다.
그것은 차가운 불길처럼 희미하게 반짝이며, 흔들렸고, 방 전체에 비현실적인 느낌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것은 빛의 힘으로 그린 정교한 그물세공이었고, 중심 부근의 몇몇 직선을 제외하면 주로 곡선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종이 위에 연필을(혹은 볼펜을) 그어가며 들락거리는 미로를, 엄청나게 정교하게 만든 다음 실물 크기로 확대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 P139

자동차 사고 때문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 아니었다. 나는 여왕 엘리자베스 1세 시대 때부터 완전한 기억 없이 살아왔던 것이다. 플로라는 최근의 사고 탓에 내 기억이 돌아왔다는 결론을 내렸음이 틀림없다. - P146

나는 앰버의 왕자였다. 사실이었던 것이다. 열다섯 명의 형제가 있었고, 그 중 여섯 명은 죽었다. 여자형제는 여덟 명이었고, 그 중 두 명이 죽었다. 혹은 네 명이 죽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많은 시간을 그림자를 방랑하며 보내거나, 우리들 자신의 우주 속에서 지냈다. - P146

앰버는 예전에 존재했거나 장래에 존재할 모든 도시를 통틀어서 가장 위대한 도시이다. 앰버는 언제나 존재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장소의 모든 도시들,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도시는 앰버의 어떤 국면(局面)이 떨어뜨린 그림자의 한 반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P147

"왕관을 쓴머리에 안식이란 없다 어쩌고 하는 얘기는 사실이야. 우리가 이런 바보 같은 지위를 왜 그렇게 기를 쓰고 얻으려 하는지 모르겠군. 하지만 내가 너를 이미 두 번이나 이겼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겠지. 두번째 경우에는 네가 그림자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었다는 사실도 말야." - P155

‘그림자‘ 가 있고, 실체가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만물의 근원이다. 실체는 오로지 앰버뿐이다. 앰버는 진정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진정한 도시이며, 삼라만상을 내포하고 있다. 그림자에 관해서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모든 가능성이 진정한 도시의 그림자로서 어디엔가 존재하는 것이다. 앰버는 그 존재 자체로 인해 모든 방향을 향해 그런 그림자들을 투사하고 있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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