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브라의 등대로군." 랜덤은 해안에서 몇 마일이나 떨어진 파도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잿빛 탑을 가리키며 말했다.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어."
"나도 마찬가지야." 나는 대꾸했다. "정말 기묘한 기분이군. 여기로 돌아온다는 건."
이때 나는 우리들이 더 이상 영어가 아니라 타리 Thari라는 언어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103

랜덤이 입을 열었다.
"뭔가 걸리는 데가 있어."
"무슨 뜻이지?"
"일이 너무 쉽게 풀렸다는 뜻이야. 지금까지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우리는 거의 제지를 받는 일도 없이 아든의 숲을 통과했어. 물론 줄리언이 거기서 우리를 처리하려고 한 건 사실이지만-모르겠어……… 이렇게 멀리까지, 이렇게까지 빨리 올 수 있었다니,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그렇게 하도록 놓아 두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드는군."
"그 생각이라면 내게도 떠올랐어."
나는 거짓말을 했다.
"그게 암시하는 바가 무엇이라고 생각해?"
"아무래도 우린 함정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 P106

나는 그녀를 묶은 밧줄을 칼로 잘라내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여어, 동생, 앰버를 향한 행진에 합류하지 않겠어?"
"싫어요." 그녀는 말했다. "목숨을 구해 줘서 고맙지만, 그걸 잃고 싶지는 않으니까. 왜 앰버로 가려는 건지, 나한테 설명해 보시죠."
"왕좌를 획득하기 위해서지." 랜덤이 말했다. 이건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리고 우리가 그 당사자야." - P110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지 이뿐이야. 난 도무지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를 모르겠어. 어느 정도 추측은 할 수 있었지만, 도대체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앰버란 무엇인지, 또 왜 이 덤불 속에 웅크리고 앉아서 그의 군대의 눈을 피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뜻이야. 그 점에 관해 덧붙이자면, 사실은 내가 누구인지조차도 나는 모르고 있어." - P113

"레브마는 유령 도시야." 그는 설명했다. "그건 바다 속에 있는 앰버의 반영이야. 그 안에는 앰버의 모든 것이 복제되어 있어. 거울에 비친 것처럼. 르웰라의 일족이 그곳에 살고 있고, 앰버와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지. 과거에 내가 저질렀던 조그마한 과오때문에 그들은 나를 증오하고 있어. 그래서 난 거기까지는 형과 함께 갈 수가 없어. 하지만 형이 잘 설명하고 본심을 넌지시 비춰본다면, 그들은 형이 레브마의 ‘패턴‘을 걷는 것을 허락하리라고생각해. 그 ‘패턴‘은 앰버에 있는 것의 역(逆)이지만, 같은 효과를 끼치리라고 생각해. 즉, 우리 아버지의 아들에게 그림자들 사이를 걸을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 준단 뜻이야."
"그 능력이 내게 어떤 도움이 되어 준단 말이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줄 거야."
"그렇다면 해보겠어."
나는 말했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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