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재민의 수가 워낙 많아 네가 내놓는 돈으론 별 도움이 되지 않을것이다. 아무래도 성지를 내려 궁녀와 내관들의 의식 비용을 조금씩 삭감해야겠다. 내무부로 하여금 예산을 새로 짜도록 해서 40~50만냥의 은자를 모아 수재민 구제에 써야겠다."
위소보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엄청난 짓을 저질렀습니다."
강희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위소보가 대답했다.
"저는 탐관오리입니다. 대만에서만 100만 낭을 긁어모았고, 최근에 정극상한테 받아낸 빚도 100만냥이…." - P350

고염무, 사계좌, 여유량, 황이주 네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명 왕조의 황제들은 태조가 개국한 이래 마지막 숭정 황제에 이르기까지, 잔악한 폭정을 하지 않았다면 혼용무능한 군주였다. 솔직히 강희에 비해 천양지차가 있었다. 네 사람은 모두 당대의 대학자로 역사적인 사실을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심에 위배되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다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밖에! - P365

"네 분 노선생과 두 분 소선생께선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온 거죠?"
고염무는 선실 창문을 열어 밖을 살폈다. 아무도 없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나서야 고개를 돌려 말했다.
"우린 위 향주께서 황제가 되어주길 청하러 온 겁니다."
쨍그렁! 위소보가 들고 있던 찻잔이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났다. 그는 화들짝 놀라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 P366

위소보가 큰 소리로 말했다.
"황제는 나더러 천지회를 멸하라고 하고, 천지회는 나더러 황제를 죽이라고 강요해! 나더러 중간에서 어떡하라는 거야?"
그는 숨을 씩씩 몰아쉬며 다시 소리쳤다.
"한쪽은 내 목을 치겠다고 하고, 한쪽은 내 눈을 후벼파겠다고 하잖아! 난 머리통이 하나고 눈깔은 두 개밖에 없어! 누군 목을 치고, 누군 또 눈을 후벼판다면 나더러 어떻게 살라는 거야? 제기랄! 안 해, 다 안해! 다 안 하면 되잖아!" - P380

부부 여덟 명은 계획대로 변장을 하고 모든 재물을 챙겨 양주로 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다시 운남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대리성大理城에서신분을 숨긴 채 유유자적 행복한 삶을 누렸다.
위소보는 무료해지면 가끔 야크사성 녹정산 아래 묻혀 있는 그 막대한 보물이 생각났다. 그것을 몰래 파내면 그야말로 천하제일의 갑부가 될 것이다. 하지만 강희와의 의리를 생각해 그의 용맥은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 P383

강희는 위소보의 비상한 잔머리와 어떤 극한상황에서도 용케 헤쳐나가는 임기응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쉽사리 비적들에게 당했을 리 없다고 굳게 믿었다. 더구나 시신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는 계속해서 공적으로, 사적으로 위소보를 찾았으나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 P384

위소보가 어머니를 방으로 데려가 물었다.
"엄마, 내 아버진 누구야?"
위춘방은 대뜸 눈을 부라렸다.
"이놈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위소보는 눈살을 찌푸렸다. - P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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