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이 웃었다. "진 군사, 풍 대장! 두 사람의 무공이 대단하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소. 현명한 자는 상황 판단을 잘해야 하오! 대세는 이미 기울었소. 고집부리지 말고 정 공자와 함께 조정에 투항하시오. 황상께서 큰 벼슬을 내려줄 거요!" - P313
"시 형제, 돌아오시오! 내가..…." 그는 말을 맺지 못하고 등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예리한 검이 그의 등을 파고들어 가슴으로 삐져나왔다. 바로 그의 뒤에 붙어서 있던 정극상이 느닷없이 암습을 전개한 것이다. 진근남의 무공이면 설령 정극상이 열 명이라 해도 그를 죽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진근남은 시랑이 다시 귀순할 것 같았는데, 정극상이 나서는 바람에 달아나자 너무 안타까웠다. 시랑 같은 인재를 놓치고 싶지 않아 다시 불러오려 했는데, 천만뜻밖에도 전혀 경계하지 않았던 정극상이 등 뒤에서 독수를 전개할 줄이야! - P322
풍석범은 냅다 위소보를 걷어찼고, 위소보는 쓰러져 곤두박질쳤다. 풍석범이 다시 공격을 전개하자 쌍아가 몸을 날려 막았다. 풍제중과 천지회 형제들도 달려들어 협공을 펼쳤다. 위소보는 몸을 일으켜 비수를 집어들고는 비통하게 울부짖었다. "놈이 총타주를 죽였다! 모두들 그를 죽여라!" 그러고는 다시 정극상을 향해 덮쳐갔다. - P323
위소보는 정신을 가다듬고 숨을 불어냈다. 그리고 진근남에게 다가갔다. 정극상이 찌른 검이 가슴 앞으로 삐져나왔지만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위소보는 방성통곡을 하며 그의 몸을 부축해 안았다. 진근남은 내공이 심해서 체내의 남은 진기가 아직 흩어지지 않았다. 그가 나직이 말했다. "소보야, 사람은 누구나 죽기 마련이다. 난… 난... 평생 나라를 위해 충성해왔으며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넌…넌 너무 슬퍼하지 마라…." 위소보가 소리쳤다. "사부님! 사부님!" - P327
여기까지 들은 위소보는 번쩍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 바로 당신이군! 이제 보니 바로 당신이야!‘ 그는 마치 모르는 사람을 처음 보는 듯, 풍제중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 P337
‘풍제중이 일부러 쌍아를 데리고 나간 거야. 그는 내가 쌍아를 목숨처럼 아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만약 그의 밀고 때문에 쌍아가 포격을 당해 죽은 걸 내가 알게 되면 그를 평생 증오할 테니까. 그래서 핑계를 대고 쌍아를 빼돌린 거야. 그는 단지 황상이 심어놓은 일개 첩자에 불과해. 만약 천지회가 전멸하면 그는 황상에게 아무 쓸모가 없어. 내가 황상 앞에서 그를 난처하게 만들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겠지. 그래서 ・・・ 감히 내 비위를 건드릴 수 없어서 쌍아를 지켜준 거야.‘ - P341
정극상은 다급해졌다. 이러다가는 위소보가 정말 자신의 팔다리를 자를지도 모를 일이었다. 무릎을 꿇은 채 연신 큰절을 올렸다. "위 향주, 내가... 진 군사를 해쳐 정말 죽을 죄를 지었지만 넓은 아량으로 제발 용서를 해주게. 380만 낭을 빚졌다고 하니.… 반드시 갚아주겠네.", 위소보는 그를 겁주고 골탕먹여 비참한 꼴로 만들었으니, 다소 분통이 풀렸다. "좋아! 그럼 갚겠다는 증서를 써!" 정극상은 좋아하며 연신 대답했다. 이를 갈며 말했다. "아, 네, 네!" - P357
증유가 주사위를 손에 쥔 다음, 위소보를 흉내 내 입김을 불어넣고 막 던지려는데, 삭풍이 한 차례 몰아치더니, 그 바람 소리에 사람의 음성이 희미하게 실려왔다. 다들 일순간에 안색이 변했다. 소전은 벌써 잠들었다가 벌떡 일어났다. 서로를 쳐다보는 여덟 명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목검병은 겁을 먹고 방이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잠시 후, 바람에 큰 고함 소리가 실려왔다. 이번에는 아주 뚜렷하게들렸다. "소계자, 소계자! 어디 있니? 소현자가 널 그리워하고 있어!" 위소보는 벌떡 일어나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소・・・ 소현자가 날 찾아왔어!" - P376
일어나 있던 위소보는 온유방이 품속에서 누런 봉투를 두 개 꺼내자 다시 무릎을 꿇었다. "소인 위소보 성지를 받드옵니다." 그러자 온유방이 말했다. "황상께서 분부하시기를, 이 성지를 받을 때는 무릎을 꿇지 말고, 스스로 소인이라 칭하지도 말라고 하셨습니다." - P381
소계자, 이런 빌어먹을! 대체 어디 가 있는 거야? 이 어르신이 너를 얼마나 보고 싶어 하는지 아느냐? 이런 의리 없는 매정한 녀석, 벌써 나를 잊었단 말이냐?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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