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세 가지 큰 공을 세워 어떻게 포상을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이제야 해결됐다. 넌 자객들을 유도해 하극상을 저질러서 불충지신不忠之臣이 됐지만, 그 죄를 묻지 않겠다. 대신 공과를 서로 상쇄해 퉁치는 덜로 하자." - P185

강희가 냉소를 날렸다.
"천부지모, 반청복명! 위 향주, 정말 겁대가리가 없군!"
위소보는 천지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고, 머릿속이 뒤죽박죽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반사적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신발 속에 있는 비수를 꺼내는 것이었다. - P188

그는 즉시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
"소계자가 항복할게요. 소현자, 제발 살려주세요!"
‘소현자‘라는 세 글자를 듣자, 강희는 지난날 그와 철없이 무공을 겨루며 장난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쳤다. 그는 장탄식을 하며 말했다.
"그래... 그동안 아주 잘도 속여왔더군!"
위소보는 절을 올렸다. - P188

갓 천지회의 규칙에 따르면, 이 마지막 암호를 마치면 상대방은 바로 자신의 이름과 소속돼 있는 당의 이름, 그리고 직위를 밝히게 돼 있다.
그런데 강희는 그저 빙긋이 웃을 뿐이다. 위소보는 괜히 신이 났다.
"이제 보니 황상도 우리 천지회의 형제군요. 한데 어느 당에 속해 계시죠? 그리고 향을 몇 자루…?"
자신도 모르게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아차 싶었다. 그는 만청의 황제인데 어떻게 ‘반청복명‘을 하겠는가? - P191

"넌 내 목숨을 구해줬고, 부황을 구해줬으며, 태후마마도 구해준 게 사실이야. 오늘 내가 만약 널 죽인다면 넌 속으로 승복하지 못하겠지. 분명 나더러 의리를 저버렸다고 할 거야, 안그러냐?"
일이 이 지경에 이른 이상 위소보로서도 무조건 꿇고 들어갈 수만은 없었다.
"네, 그래요! 전에 황상께서 분명히 약속을 했어요. 제가 설령 큰 잘못을 저지른다고 해도 목숨만은 살려준다고요. 황상은 금구예요. 한번 한 말을 절대 번복해서는 안 돼요!" - P196

귀신수는 아들 귀종의 몸을 묶은 밧줄 한끝을 손으로 잡더니 힘껏 떨쳤다. 그러자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밧줄이 바로 끊어졌다. 그는 아들의 몸을 잡고 소리쳤다. 떠나지 말고,
"얘야, 빨리 가라! 우리도 바로 뒤따라갈게!"
그러고는 아들을 바깥으로 내던졌다. 귀종은 대전의 열린 문을 통해 밖으로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귀씨 부부는 밧줄에 묶인 채로 강희를 향해 덮쳐갔다. 위소보는 반응이 빨랐다. 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귀씨 부부가 몸을 날리기 직전에 이미 강희를 끌어안고 황급히 탁자 밑으로 굴러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바깥쪽으로 두어 강희를보호했다. - P203

그는 황상이 특별히 자신의 체면을 고려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렇다면 나중에 다시 자기를 중용하겠다는 뜻도 될 터였다. 강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위소보에게 말했다.
"네가 또 한 판 이겼다. 우리 내일부터 새롭게 놀아보자. 그 황금사발이 깨지지 않도록 잘 지켜야 한다."
그러고는 밖으로 나갔다. - P206

다륭이 말했다.
"위 형제가 좋아하는 거라면 틀림없이 맛이…."
그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갑자기 등에 따끔한 통증을 느끼고 그 자리에 엎어졌다. 위소보가 쥐도 새도 모르게 그의 등에다 비수를 꽂은 것이다. - P218

공주는 그의 귀를 더 세게 잡아당겼다. 위소보는 아파 죽을 지경이었지만 비명을 지를 수 없었다. 공주가 다시 욕을 했다.
"머리가 그렇게 중요해? 넌 원래 머리를 쓰지 않고 막무가내였잖아! 하지만 내 배 속에 있는 작은 소계자는 어떡하라는 거야?"
그러고는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위소보는 깜짝 놀라 물었다.
"뭐.. 뭐라고? 작은・・・ 소계자?" - P225

군호들은 성문을 빠져나와 곧장 동쪽으로 달렸다.
위소보는 진근남과 말을 타고 나란히 달리면서 귀신수 일가가 황제를 죽이려다 실패해 목숨을 잃은 경위와 황제가 이미 자신의 정체를 다 알아냈다는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주었다.
그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진근남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보야, 넌 평상시 경박하고 솔직하지 못한 면도 있었는데, 긴급한 상황에서 부귀영화를 탐하지 않고 의리를 중시해 친구들을 도왔으니 정말 대견하구나." - P244

조양동이 말했다.
"다들 밖으로 나가 주위를 잘 뒤져봐라. 내가 자세히 심문해보겠다. 마당도 비좁은데 빌어먹을, 다들 몰려 있으니까 숨이 막힐 지경이야!"
군사들은 일제히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조양동이 큰 소리로 물었다.
"혹시 낯선 사람들을 보지 못했느냐?"
그러면서 위소보 앞으로 다가오더니 품속에서 금원보 두 개와 은자 세 덩어리를 꺼내 살짝 그의 발밑에 떨어뜨렸다. - P257

춰섰다. 홍 교주가 힘없이 물었다.
"그… 배 속에… 아이는 누구 애지?",
홍 부인은 고개를 내둘렀다.
"왜 그걸 알려고 하죠?",
그러면서 위소보를 힐끗 쳐다보고는 얼굴이 붉어졌다. 홍 교주는 놀라면서도 화가 치밀었다.
"그럼… 그럼… 저 녀석이란 말이야?"
홍 부인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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