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본과 서천천은 노인과 노부인을 향해 덮쳐갔다. 그러자 노부인은 왼손을 흔들면서 오른손으로는 병약한 사내를 가리켰다.
"너희들도 내 아들이랑 놀아봐!"
그러면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마치 전노본과 서천천이 자기 아들에게 얻어맞는 것을 지켜보며 즐기겠다는 심보같았다. - P38

"한데 어르신과 노마님은 존성대명이 어떻게 되십니까?"
노부인이 대답했다.
"우린 귀가네."
위소보는 속으로 투덜댔다.
‘하고많은 성 중에서 하필이면 귀가냐? 거북이 ‘귀‘ 자라, 정말 웃기는구나‘
그는 무식해서 돌아갈 ‘귀‘자를 거북이 ‘귀‘자로 생각한 것이다. - P55

여인들은 한바탕 울고 나서 위소보에게 무릎을 꿇고 원수를 잡아와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위소보도 얼른 절을 올려 답례했다.
"저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만약 또 무슨 원수가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다 잡아오겠습니다.
셋째 마님이 말했다.
"간신 오배도 위 공자가 죽여줬고, 이번에 오지영까지 잡아와 원수를 갚게 해줬어요. 이제 원수를 다 갚았으니 더 이상 원수는 없어요."
여인들은 서둘러 영위를 치우고 영패를 불태웠다. - P70

내가 뺨을 때려야겠다고 한 것은 네가 너무 겁 없이 설쳤기 때문이야. 상대방은 천하가 다 아는 대명이 쟁쟁한 ‘신권무적神拳無敵‘ 귀신수, 귀 어른이야. 공력이 얼마나 심후한지 아니? 네가 갖고 있는 그 개똥 같은 몽한약 따위는 저 어르신에겐 그저 후춧가루에 불과해 먹어봤자 끄떡도 안 할 거야. - P72

그러고는 주머니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 수급의 변발을 잡고 들어올려 탁자에 내려놓았다. 촛불의 빛을 빌려 자세히 보니, 수급은 눈을 커다랗게 부릅뜨고 있는데 텁석부리였다. 그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위소보는 기절초풍하며 뒤로 두세 걸음 물러났다. 절로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 이 사람은.… 오대형이야!"
하척수도 약간 놀란 모양이었다.
"아는 사람이냐?"
위소보가 대답했다.
"그는..… 우리 회의 형제예요. 오육기 대형이라고…." - P79

진근남이 귀신수에게 말했다.
"영랑은 재미있다고 하는데, 두 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귀신수는 풀이 팍 죽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귀이랑에게 말했다.
"사람을 잘못 죽였어."
귀이랑도 안색이 변했다.
"네, 사람을 잘못 죽였어요. 오삼계 그놈한테 당한 거예요!" - P94

귀신수는 아들이 자꾸 민망한 꼴을 보이자 손목을 잡고 성큼 밖으로 걸어나갔다.
군호들은 서로 마주 보며 절로 한숨이 나왔다. 오육기는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호걸인데 얼토당토않게 한 백치의 손에 죽었으니 이보다 원통한 일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너무나 억울했다. - P100

지난날 청량사에서 승려생활을 할 때, 강희가 그림 성지를 보낸 적이 있다. 위소보는 그 그림을 보고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지금 상황이 긴박해지자 그도 그림으로 상소문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 P135

위소보는 품속에서 갈이단과 상결이 써준 상서를 꺼내 앞으로 두걸음 나서 강희에게 바쳤다.
"황상, 기뻐하십시오. 서장과 몽골의 병마는 모두 오삼계에게 등을 돌리고 황상께 충성하기로 했습니다."
강희는 그렇지 않아도 연일 군사작전을 구상하며 행여 서장과 몽골이 오삼계에게 호응할까 봐 걱정을 했는데, 지금 위소보의 말을 듣고는 놀라움과 기쁨이 교집됐다.
"그게 사실이냐?"
그는 상서를 펼쳐 읽어보더니 더욱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손짓으로 시위들로 하여금 모동주를 데리고 나가 있게 하고, 위소보에게 물었다.
"이렇듯 막중한 일을.… 어떻게 이뤄낸 거지? 빌어먹을! 역시 복장이라니까!"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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