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소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소현자야, 넌 요순어탕이니 절대 그 늙은 개뼈다귀의 마누라를 탐할 리가 없어. 난 지금 벼랑 끝에 서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널 못된 황제로 만든 것이니, 화내지 말고 이해를 좀 해줬으면 좋겠어.‘ - P295
오지영이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네, 대인, 저… 그는・・・ 지금..…." 혀를 깨물었는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한참 있다가 겨우 말을 이었다. "그 고염무와 사가 그리고 또 여씨 성을 가진 사람을 모두・・・관아에 가둬놨습니다." - P363
오지영이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오육기는 암암리에 모반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이 서신이 바로 확실한 증거입니다. 절대 발뺌하지 못할 겁니다. 제가 앞서 큰 공을 세울 수 있는 군정 기밀이라고 한 게 바로 이 일입니다." 위소보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는 ‘아차! 큰일이 났구나‘ 하고 생각했다. - P364
쌍아는 훌쩍이며 말했다. "나한테 잘못한 게 아니라 오지영은 우리 집안의 불구대천의 원수예요. 장씨 문중 어르신들과 도련님들이 다 그놈 때문에 죽었어요." 위소보는 이내 깨달았다. 그날 밤 귀곡산장에는 모두 과부들 뿐이었고, 방 안에 많은 위패가 모셔져 있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그 원흉이 바로 오지영이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그날 장씨문중의 셋째 마님이 오지영의 이름을 거론했던 것도 같았다. - P372
"천지회 청목당의 향주 위소보가 형제들과 함께 고 군사와 사 선생, 여 선생께 인사 올립니다." 그날 사이황은 오육기의 밀서를 받고 몹시 기뻐하며 여유량을 양주로 불러 함께 고염무를 찾아가 앞일을 상의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지영이 고염무의 시집을 찾아내 관병들을 이끌고 들이닥쳐서 사이황과 여유량까지 다 잡아들였다. 그리고 사이황의 몸을 뒤져 오육기의 밀서를 찾아낸 것이다. 세 사람은 죽고 싶을 정도로 후회막급이었다. 자신들이 목숨을 잃는 것은 고사하고, 오육기의 밀서가 유출되면 사건이 커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흠차대신이 바로 천지회의 향주일 줄이야! 다들 놀라움과 기쁨이 교집돼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 P379
위소보가 웃으며 말했다. "엄마, 걱정 붙들어매요. 북경에 가면 하녀들이 줄줄이 서서 시중을 들 테니 아무 일 안 해도 돼요. 그리고 평생 쓰고도 남을 돈이 있어요." 위춘방은 연신 고개를 내둘렀다. "이 썩을 놈아, 아무 일도 않고 가만히 있으니, 이 어미더러 갑갑해 죽으라는 거냐? 하녀들이 줄줄이 서서 시중을 든다고? 내가 무슨 팔자에 그런 호강을 누리겠냐? 아마 사흘도 못 가서 꼴까닥할 거다." - P399
"소보야, 이 많은 돈을 어디서 훔쳐온 건 아니겠지?" 위소보는 품속에서 주사위 네 개를 꺼내 흔들면서 소리쳤다. "만당홍滿堂紅!" 그러고는 주사위를 탁자 위에 데구루루 던졌다. 놀랍게도 주사위 네 개가 다 4점 향이 나왔다. 최고의 점수 ‘만당홍‘이었다. 위춘방은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웃으며 말했다. "이 빌어먹을 녀석이 어디서 이런 기술을 배워왔지? 야, 이놈아! 굶어죽지는 않겠구나!" 위소보는 어머니가 좋아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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