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계집애는 왜 일편단심 저 새끼만 생각하는 거지? 내가 설령 녀석의 귀를 자르고 눈을 후벼파도 여전히 사랑타령을 할 것 같은데!‘
위소보가 제아무리 영악하고 잔꾀가 많아도, 이런 남녀지간의 미묘한 감정 문제에 대해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 P175

위소보는 아가 곁으로 바싹 다가가 손을 잡으며 나직이 말했다.
"밖에 적이 쳐들어온 모양이야."
아가는 괴로워하며 흐느꼈다.
"난・・・ 난 사제랑 혼례를 올렸어…"
위소보는 다시 나직이 말했다.
"그건 내가 바라던 바야 한데 혼례가 너무 초라했던 것 같아"
아가는 화를 냈다.
"이건 무효야. 혹시 진짜로 생각하는 거야?" - P212

위소보는 지금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화제를 돌렸다.
"양 대형, 우린 서로 마음이 맞는 것 같은데… 나를 시답잖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결의형제를 맺읍시다. 자꾸 공공이니 소인이니 하니까 듣기가 거북하네요."
양일지는 좋아했다. 평서왕은 위소보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 황상과 가장 가까운 측근이니 앞으로 그에게 부탁할 일이 많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 소공공은 사람됨이 호방하고 의리가 있으니 친구로서 나무랄 데가 없었다. - P221

"이 고인은 대체 누구지?"
그러자 나이가 좀 많은 시종이 대답했다.
"공자의 사부이신 ‘일검무혈‘ 풍석범입니다. 그의 무공을 말하자면,
가히 천하무적이라 할 수 있죠. 지금 공자를 구하러 갔으니 틀림없이 구해올 겁니다."
위소보와 아가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 P237

‘빌어먹을! 내가 만약 네년을 마누라로 삼지 못한다면, 정가 녀석의 18대 개뼈다귀 손자가 돼도 상관없다! 후레자식이 아니라 후레자식의 후레자식이 될 거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경우를 당하면 극도의 좌절감을 느껴 눈물을 삼키며 포기할 것이다. 아니면 오기가 생겨 더 나은 다른 사람을 찾든가. 그러나 위소보는 달랐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망나니 근성이 있는 데다 낯가죽도 두껍고 오기도 남달랐다. - P240

강희는 하하, 대소를 터뜨렸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위소보가 나서 일검을 대신 맞지 않았다면 자신은 그 여승의 검에 맞아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위소보 녀석은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고 이렇듯 겸손하니, 그 충정이 무척 가상했다. - P251

"소계자, 운남에 갈 배짱이 있느냐?"
위소보는 깜짝 놀랐다. 너무 뜻밖의 말이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반문했다.
"오삼계의 본거지로 가서 정보를 수집하라는 겁니까?"
강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위험이 따르는 일이지. 그러나 넌 나이가 어리니 오삼계가 별로 경계를 하지 않을 거야. 더구나 양일지가 너의 친구니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 - P256

"저 ・・・ 어마마마…."
여인은 촛불이 가까이 비치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누구..…"
위소보가 말했다.
"이분은 당금 황상이십니다. 친히 태후마마를 구하러 왔습니다."
여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강희를 잠시 응시하더니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정말... 정말 황상이란 말인가요?"
갑자기 ‘왁‘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두 팔로 강희를 꼭 끌어안았다. - P269

정극상은 냉소를 날렸다.
"흥! 내가 알기로 천지회에는 오로지 진근남만 있을 뿐인데, 대만의 정왕부가 존재하기나 한단 말이오? 훗날 오랑캐를 몰아내고 대업을 이룬다면 이 천하는 진근남의 것이 되겠지. 우리 대만 정가의 소유가 되겠소?"
진근남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공자의 그 말에는 찬동할 수가 없소. 오랑캐를 몰아내면 다 함께 대명 황실의 주씨 후예를 받들어야 할 것이오!" - P285

위소보는 처음 며칠 동안은 그래도 남의 눈치를 봐가며 몰래몰래 행동을 했는데, 나중에는 아예 대놓고 공주의 방에서 밤을 지새우곤 했다. 그러니 낮에는 사혼사요, 밤에는 부마나 다름이 없었다.
궁녀와 내관들은 그런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일단은 공주가 두렵고,
또한 위소보가 계속해서 많은 은자를 뿌려대니 어느 누가 감히 입을 나불거릴 수 있겠는가! - P359

오응웅을 보낸 후에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미심쩍었다. 그들은 자기와 양일지가 아주 가까운 사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기가 운남에 오면 당연히 양일지를 시켜 접대케 해야 이치에 맞는 일이거늘, 하필이면 왜 자기가 운남에 올 즈음 그를 멀리 심부름 보냈을까? 답례품을 보내는 건 얼마든지 다른 사람을 시킬 수도 있는 일이다. 일부러 양일지를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게 분명했다. - P377

서천천이 담요를 가볍게 젖혔다. 순간, 위소보는 놀란 비명과 함께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충격에 몸이 휘청거리며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전노본이 그를 부축했다. 양일지는 두 팔이 잘렸고, 두 다리도 무릎에서부터 잘려나갔다. - P388

"그야 당연하죠. 이 일이 만약 누설되는 날이면 다들 바로 멸문을 당할 겁니다. 평서왕야는 역시 세심하군요. 돌다리도 다시 두들겨보고건너는 게 맞죠. 그럼 소왕야가 다시 왕께 전해주십시오. 이번에 사자동맹이 이루어지면 바로 출병해서 천하를 사분하는 겁니다. 중원 강산은 약속한 대로 틀림없이 왕야가 독차지하고, 나머지자는 절대 중원을 넘보지 않을 겁니다." -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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