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 체리스는 강한 정신력을 가진 군인이었지만, 머지않아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한 개인이 희생해서 육두정부의 안녕이 유지될 수만 있다면, 지금으로선 그것이 최선이라고 미코데즈는 생각했다. 언젠가 이보다 나은 정부 체제를, 더 이상 추도제에서 세뇌나 고문 의식을 강행하지 않더라도 유지되는 체제를 떠올리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런 세상이 도래할 때까지 미코데즈로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었다. - P49
"대위." 화면의 얼굴이 입을 열었다. 심지어 목소리조차 체리스와 똑같았다. "이쪽은 켈사령부 예하 2번 복합 지휘체다. 관등성명을 대라." 체리스는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복합 지휘체는 임무에 따라 계속 구성이 바뀐다. 따라서 지금 그녀가 상대하고 있는 집단 지성이 몇 명의 장성으로 이뤄져 있는지, 해당 장성들이 누구인지 그녀로선 알 방법이 없었다. - P54
"지령을 주십시오, 각하." 체리스는 말했다. "우리는 산개하는 바늘 요새와 그 권역에 퍼진 이단을 제압할 적임자를 찾고 있는 중이다. 현재 여섯 명의 장교가 후보에 올라온 상태고, 슈오스 측에서 일곱 번째 후보로 자신들이 사용할 ‘거미줄 말‘을 선정했는데, 그게 귀관이다." 체리스의 얼굴을 가진 복합체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 P57
체리스는 켈이라면 누구나 알아차릴 만한 완곡어법을 명확히 알아들었다. 그녀의 지휘권을 박탈한 다음 퇴역보다 끔찍한 운명을 선사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에 경계하면서도 내심 일말의 기대를 남겨두고 있었다. 추락한 명예를 되찾을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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