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검은 두 사람 심사를 알아차린 듯 말했다.
"사실 단 공자에게는 소 대협 같은 의형이 있어 굳이 서하를 끌어들일 필요까지도 없지만 진남왕의 명이 있어 부득이하게 따를 뿐이잖아요. 만에 하나 무슨 변고가 생기더라도 소 대협은 수십만 정병을 틀어쥐고 있는 대요의 남원대왕이시니 중간에서 좋은 말로 화해를 시킨다면 서하가 대리를 침략하는 불상사도 막을 수 있을 거예요."
소봉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파천석은 대리국의 사공으로 정무를 집장하고 있었기에 소봉이 대리국을 위해 강력한 지원을 해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계산속에 넣어놓고 있었다. 다만 자신이 직접 말을 꺼내기 불편했을 뿐이었다. 매검이 그 말을 꺼내자 소봉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이 문제는 이미 태산처럼 굳건해 최악의 경우 구혼에 실패한다 해도 나라에 큰 우환이 생길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 P23

구마지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가 내식이 나갈 길을 찾자 곧바로정신이 들면서 속으로 깜짝 놀랐다.
‘어이쿠! 내 내력이 이 녀석한테 끊임없이 흡수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난 폐인이 될 텐데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는 당장 운공을 통해 최대한 저항하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그의 내력은 단예에 미치지 못해 거의 반 이상이 상대 체내로 들어간 후라 이미 자신의 내력은 줄어들고 상대는 증강된 상태였다. 결국 쌍방의 내력 차이는 더욱 현저해져서 아무리 발버둥을 치며 힘을 써도 시종 밖으로 쏟아져 나가는 내력을 붙잡아둘 수 없었다. - P38

"단 공자, 내가 소림 72 절기를 잘못 배워 주화입마에 든 탓에 위험천만한 상태에 이르렀소, 공자가 내 내력을 흡입하지 않았다면 노납은 이미 발광을 하다 죽고 말았을 것이오. 이제 노납의 무공이 소실되긴 했지만 목숨을 부지했으니 내 목숨을 구한 공자의 은혜에 감사를 드려야 옳소."
단예는 겸손을 미덕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었다. 느닷없이 그가 자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려 하자 이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
"대사, 지나친 겸손이시오. 재하가 무슨 덕과 재능이 있어 대사의 목숨을 구했다 말씀하시오?" - P44

여래불께서 불자를 인도하시면서 가장 먼저 탐욕과 애욕을 버리고 소유욕과 속박에서 벗어나야만 해탈에 이를 희망이 있다고 했다. 난 단 하나도 능히 버리지 못했음에도 명리에 사로잡혀 나 스스로를 묶어두고 있었던 것이야. - P45

궁녀가 말했다.
"왕자께서도 기왕에 오셨으니 세 가지 질문에 답해주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왕자께서는 평생 가장 자유롭고 행복하게 느꼈던 장소가 어디입니까?"
단예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
"한 마른 우물 안의 진흙탕 속이었소." - P80

궁녀가 다시 물었다.
"영존과 영당께서는 어찌 생겼습니까? 왕자와 많이 닮았나요?"
단예가 말했다.
"우리 아버지께선 각진 얼굴과 진한 눈썹, 큰 눈에 매우 위엄 있고 용맹스러운 외모를 지니고 계시오. 사실 그분 성격은 오히려 매우 온화하고 선하신.…."
여기까지 말하다 갑자기 흠칫 놀랐다.
‘내 외모는 아버지를 닮지 않고 어머니만 닮지 않았나? 그 부분은 여태껏 생각해본 적이 없었구나.‘ - P82

소봉은 서하 공주가 궁녀를 시켜 사람들에게 한 명씩 똑같은 질문 세 가지를 하라고 명한 것을 보고 그 안에 깊은 뜻이 있으리라 짐작했지만 사람들을 해치려는 의도는 없어 보였다. 그는 그 세 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했을 때 어찌 대답할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주를 떠올리자 가슴이 아파 슬픔을 금할 길 없었다. 그는 남들 앞에서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당장 몸을 돌려 석실을 빠져나왔다. - P88

궁녀가 물었다.
"선생께서 평생 가장 자유롭고 행복하게 느꼈던 장소가 어디입니까?"
허죽은 가볍게 탄식을 했다.
"어둠 속의 한 빙고 안이었습니다."
별안간 아 하고 나직하게 토해내는 여자의 탄식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도자기 잔이 바닥에 떨어져 박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 P86

"허죽자 선생, 그럼 그 낭자는 미모가 아주 뛰어나시겠군요."
허죽이 말했다.
"그녀의 용모가 어떠한지 전 본 적이 없습니다."
순간 석실 안은 웃음바다가 돼버렸다. 모두들 생전 처음 들어보는 기이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중 몇몇은 허죽이 일부러 농을 던진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 속에서 돌연 한 소녀가 물었다.
"다..… 당신이 그 ‘몽랑‘인가요?"
허죽은 깜짝 놀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 다..… 당신은 몽고…?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소."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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