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모가 깔깔대고 웃었다.
"몽랑, 초초해할 것 없다. 곧 있으면 네 몽고와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그녀도 널 미친 듯이 그리워하고 있다.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한 채 좌불안석으로 너만 생각하며 그리워하고 있어. 솔직히 말해봐라. 그녀가 보고 싶지 않으냐?"
허죽은 그 소녀에게 깊이 빠져 있어 며칠 동안 생사부를 쏘아내고 제거하는 무공 연마에 몰두하는 와중에도 줄곧 그녀 생각으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그런데 동모가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자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보고 싶습니다!" - P93

동모가 말했다.
"넌 소요파 장문인이다. 또한 내가 이미 생사부와 천산절매수, 천산육양장 등 일련의 무공을 모두 전수했으니 오늘부터 넌 표묘봉 영취궁의 주인이야. 영취궁 구천구부 노비들의 생사를 모두 너에게 일임할 것이다."
허죽이 깜짝 놀라다급하게 거절했다.
"사백, 사백! 그건 절대 안 됩니다." - P123

허죽이 그림을 가져오자동모는 그림을 받아들고 햇빛 아래 살펴봤다. 순간 동모는 깜짝 놀라더니 얼굴에 놀라움과 기쁨의 기색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녀는 다시 한참을 유심히 살펴보고는 돌연 하하거리며 큰 소리로 웃다 소리쳤다. 그녀의 손가락이 부분
"저년이 아니구나. 저년이 아니야. 저년이 아니야! 하하, 하하, 하하!" - P124

"사숙, 예전에 대리 무량산에 살았던 적이 있었나요?"
이추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들어 저 멀리 바라봤다. 마치 과거를 회상하며 넋을 잃은 채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과거 나와 네 사부는 대리 무량산 검호 기슭에 있는 석동 안에서 살았다. 신선을 능가할 정도로 아주 자유롭고 즐겁게 말이야. 난 그 사람한테 아주 귀여운 딸아이를 낳아줬어. 우리 두 사람은 천하 각 문파의 무공 비급을 널리 모아 각 문파들의 무공을 망라한 특별한 무공을 창안할 생각이었다. 하루는 그 사람이 산중에서 거대한 미옥을 찾아냈는데 그것으로 내 모습과 똑같이 생긴 인물상을 조각했다. - P129

매검이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주인님께서 너희의 생사부를 제거해주겠다고 응낙하신 건 어르신의 자비심 때문이다. 하지만 너희는 대담하기 짝이 없이 난을 일으켰다. 더구나 동모를 궁에서 끌고 간 탓에 동모가 외부에서 선화를 하시게 됐다. 그럼에도 너희는 또다시 표묘봉을 공격해 우리 균천부의 수많은 자매를 죽였으니 이 빚은 다 어찌 갚을 것이냐?"
군호는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며 의기소침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195

"단 공자, 만일 공자가 날 무시하지만 않는다면 우리 둘이 먼저 결의형제를 맺도록 합시다. 그리고 훗날 교 대형을 찾아 다시 한번 결의를 맺으면 될 것 아니겠습니까?"
단예가 크게 기뻐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우리 둘이 먼저 교 대형을 포함시켜 결의형제를 맺으면 될 것이오. 형씨는 나이가 어찌 되시오?"
두 사람이 나이를 따져보니 허죽이 단예보다 세 살 더 많았다. 단예가 소리쳤다.
"둘째 형님, 소제의 절을 받으십시오!" - P212

군호가 과거 동모에게 신하의 예를 다하게 된 것은 강제로 굴복당하고 몸에 생사부가 심어지면서 통제를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새롭게 바뀐 영취궁 주인인 허죽이 자신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예로써 존중해주는 데다 각자의 몸에 심어져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기던 생사부마저 제거해주자 오만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군호도 그 은덕에 깊이 탄복해 죽음으로 충성을 맹세하며 하나같이 감사의 절을 올리고 각자의 근거지로 돌아갔다. - P228

현생이 큰 소리로 물었다.
"국사 말씀에 따르면 폐파의 72절기 모두를 통달한 누군가가 있다는 겁니까?"
구마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럼 대답해보십시오. 그 대영웅이 누굽니까?"
구마지가 말했다.
"대영웅이란 칭호를 듣기에는 많이 부끄럽다 할 수 있지요."
현생은 안색을 바꿔 물었다.
"국사 본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구마지가 고개를 끄덕이고 합장을 한 채 엄숙하고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그렇소이다." - P264

소림 군승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인 채 의기소침해 했다. 방장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게 만들었다는 것은 소림파의 무공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줄곧 최고라 자부하던 소림 72 절기가 그저 그런 것으로 평가절하되고 자체적으로 정한 규율마저 합리적인 것이 못 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 P268

과거 허죽이 단연경의 가르침을 받고 무애자가 포진해 놓은 진롱 기국을 풀 때 구마지는 그의 얼굴을 한번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군중 틈에서 나타나 손가락을 연이어 돌려 허공을 격하며 현도의 혈도를 막는데 그 기묘한 수법과 심후한 공력은 자신도 평생 본 적이 없던 터라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P274

난검이 말했다.
"그 연근이란 화상이 주인님께 무례하게 대하기에 저희 자매들이 가서 혼쭐을 내줬습니다. 그랬더니 그제야 옳고 그름을 이해하더군요. 에이, 근데 그 서역승이 또 주인님을 해칠지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허죽은 문득 깨달았다. 거만했던 연근이 갑자기 공손한 모습으로 바뀐 것은 알고 보니 이들 네 자매가 협박을 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 P310

허죽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정했다.
"방장 그리고 사백조, 사숙조 여러분! 부처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자비를 베풀어주시어 제자가 개과천선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십시오 이 제자는 그 어떤 징벌도 감수할 것입니다. 부디 사문에서 축출하지만 말아주십시오!"
그는 흐느껴 우는 목소리로 매우 간절하게 사정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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