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모가 허죽에게 끊임없이 재촉했다."어서 날 업고 가라! 저 천한 년으로부터 멀리 떨어질수록 좋다. 이 할머니가 네 호의를 잊지 않고 필히 후사할 것이다."저백삼인은 아주 차분하고 느긋하게 한쪽에 서 있었는데 가벼운 바람에 옷자락이 날려 마치 선녀처럼 보였다. 허죽은 저렇게 우아한 낭자를 동모가 어찌 그리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P15
허죽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죽어도 육식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데 화가 난 동모가 어디서 소녀 하나를 잡아다 음계를 어기도록 유혹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순간 회한과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벌떡 일으켜 딱딱한 얼음에 자신의 머리를 가져다 박았다. 퍽 소리와 함께 허죽은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 P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