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중원의 호걸들은 거란국에서 대규모 무사들을 소림사로 보내 사찰 내에 비밀리 소장해오던 수백 년 된 무공 도보를 탈취해 가려 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됐소이다." - P19
"그렇소. 나도 봤지만 알아볼 순 없었소. 그때 사방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고 석벽 위에서 사각사각 글 새기는 소리만 들려왔을 뿐 숨소리조차 감히 내뱉을 수 없었으니 말이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그는 땡그랑하고 단도를 바닥에 집어던져 버렸소. 그러고는 몸을 일으켜 아내와 아들의 시신을 안은 채 벼랑가로 걸어가더니 깊은 계곡 속으로 자신의 몸을 던져버리는 것이었소." - P32
"우리 세 사람은 그 우마 장수가 써준 역문을 서로 한 번씩 돌려봤지만 정말 믿기 힘들었소. 그 거란인은 그때 이미 자결을 결심한 상태였는데 어찌 거짓을 말하겠소? 우리는 다른 곳으로 가서 거란문에 능통한 사람을 찾아내 그에게 탁본한 글귀를 번역해 달라고 했지만 그뜻은 역시 다르지 않았소. 에이, 만일 그 내용이 확실하다면 희생당한 형제 17명은 억울하게 죽은 것이며 그 거란인 역시 무고하게 희생된 것이고 그 거란인 부부에게는 더더욱 씻지 못할 죄를 지은 셈이 된 것이오." - P37
교봉은 여기까지 듣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광대사, 그… 그 소실산 밑의 농부가 … 성… 성이 뭡니까?" 지광대사는 말했다. "이미 짐작을 했을 테니 숨기지는 않겠소. 그 농부의 성은 교喬이고 이름은 삼괴三權요." 교봉이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아니, 아닙니다! 헛소리 마십시오.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날조해 사람을 무고하다니! 난 당당한 한인이거늘 어찌 거란 오랑캐일 수가 있습니까? 우리… 우리… 삼괴공은 내 친아버지입니다. 다시 한번 헛소리를 한다면…." - P40
마 부인, 이 교봉이 가진 솜씨로 부인 댁에 가서 뭔가를 훔치려 했다면 굳이 미혼향같은 걸 사용했으리라 생각하시오? 더구나 난 절대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며 내 몸에 지닌 물건을 떨어뜨리고 오지도 않았을 것이오. 집에 아녀자만 두셋 있는 집은 고사하고 황궁 내원이나 승상부의 막사, 천군만마 안이라 해도 나 교봉이 취해 오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취해오지 못할 것이 없소.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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