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상이 드디어 본론을 말하는구나.’ 아주가 물었다. "육맥신검 검보를 얻으면 어떻고 얻지 못하면 또 어떻다는 거야?" 구마지가 말했다. "당시에 모용 선생께서 약속하셨습니다. 소승이 육맥신검 검보를 그분께 며칠 보여드리면 소승을 존부에 있는 환시수각還施水閣에 데려가 며칠간 책들을 보여주시겠다고 말입니다." - P62
구마지가 말했다. "소승은 과거의 약조를 지키기 위해 단 공자를 모용 선생 묘소 앞에서 불태울 생각이오." 이 말이 떨어지자 좌중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지만 정작 그의 안색은 지극히 평온하고 엄숙했다. 절대 아무 생각 없이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아니라는 그의 표정을 보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 P65
구마지는 단예와 한참을 싸우면서 매 일초마다 그의 목숨을 제어할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그를 가지고 장난을 쳤다. 그러나 싸움이 계속될수록 점점 가볍게 볼 수가 없었다. 그의 내경이 심후하기 이를 데 없어 자기보다 위에 있다고 느껴진 것이다. - P73
단예는 그 여자의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고는 입을 벌린 채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이게 혹시 꿈은 아니던가? 그 여자는 담황색의 비단 장삼을 입고 있었는데 그 의복과 장식이 뜻밖에도 대리 무량산 동굴 안의 옥상과 거의 흡사하게 보였던 것이다. - P107
왕 부인이 차갑게 말했다. "대리 사람이거나 단씨 성을 가진 사람이 나와 마주치기만 하면 생매장을 해야 한다. 소주에는 무슨 일로 온 것이냐? 소주에 왔는데 어찌 아직까지 대리 말투를 쓰는 것이며 또 주루에서는 왜 고래고래 고함을 친 것이냐? 네가 대리국 사람이 아니라 해도 대리국과 인접해 있으니 그에 준해 처리할 것이다." - P109
왕 부인은 자기도 모르게 넋을 잃은 채 마음이 끌려 고개를 쳐들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 사람은 어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이런, 산다화를 볼 때마다 휴 하고 한숨만 내쉬었다는 건 집과 마누라를 생각했다는 게로군." - P120
"나… 낭자! 이름이 어찌 되시오?" 소녀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정말 괴이한 구석이 있네요. 좋아요. 당신한테는 알려줘도 상관없죠. 어차피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주, 아벽 두 계집애들이 말할테니까요." 그러고는 손가락을 뻗어 자기 손등 위에 세 글자를 써내려갔다. ‘왕王… 어語… 언媽’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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