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단예! 내 이름은 종영 저 계집애한테 들을 것 없어. 내가 직접 말해줄게. 내 이름은 목완청이야."
"아… 수목처럼 아름다우며 맑고 투명한 눈빛을 지닌 고결한 여인이라는 뜻이로군요. 성도 예쁘지만 이름도 매우 아름다운 것 같소." - P235

어릴 때부터 고승에게 불도를 수학하면서 무예를 멀리했던 단예가 아니었던가? 난생처음 사람을 죽인 셈이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깜짝 놀라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고 말았다. - P257

"도망은 못 간다! 이 몸께선 남해악신이시다. 무공이 천하에서 제… 하하! 너희 같은 풋내기들도 아마 내 명성은 들어서 알고 있을 테지. 안 그래?" - P269

"맞아요, 어르신은 더 이상 악할 수 없는 천하의 대악인이십니다. 어떤 이들은 어르신을 악노이라고 하던데 제가 볼 때 첫째를 뜻하는 대자를 써서 악노대라고 칭해야 옳지요. 악노대 어르신이 목을 비틀어 꺾어버리는데 그런 자들이 어찌 목숨을 부지하겠습니까?"
남해악신은 얼마나 기쁜지 그의 두 어깨를 계속 흔들어대며 껄껄대고 웃었다.
"맞다, 맞아! 아주 총명한 녀석이로다. 내가 더 이상 악할 수 없는 천하의 대악인이란 걸 알다니 말이야. 악노대까지는 몰라도 악노이는 틀림없지." - P275

"좋아! 삼패 그 녀석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테니 나라도 대신 네 얼굴을 봐야겠다. 도대체 추한 몰골의 못난이인지 아니면 선녀 같은 미인인지 말이야."
목완청은 그 말에 이만저만 놀란 것이 아니었다. 과거 사부 앞에서 한 극한의 맹세에 따르자면 남해악신이 자신의 면막을 강제로 벗겼을 때 저자를 당장 죽일 수도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저자와 혼인을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아닌가? - P279

"좋아요. 아주 좋습니다. 어르신은 목 낭자를 공격하지 않았는데 목낭자가 어르신한테 화살을 봤으니 이는 반격이 아니라 선수를 날린 겁니다. 만약 어르신이 먼저 공격을 했다면 목 낭자가 중상을 입은 상황에서는 절대 반격을 해서 막아낼 힘이 없어요. 왜냐하면 그녀는 선수를 날릴 힘은 있어도 반격할 힘이 없으니까요. 어르신이 목 낭자를 죽인다면 그건 어르신 규칙을 고치는 셈이 되고 규칙을 고치면 어르신은 염병할 후레자식이 되는 겁니다." - P282

목완청이 단예를 향해 손짓을 했다.
"이리 와요!"
단예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그녀 옆으로 다가가 처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목완청은 단예 쪽으로 고개를 돌려 남해악신과 등을 진 채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제 당신은 이 세상에서 내 얼굴을 본 첫 남자예요!" - P284

단예는 목완청 곁으로 돌아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낭자의 기지 덕분에 저런 대악인을 속일 수 있었소."
"속이다니 뭘요?"
"그… 낭자가 말했지 않소? 낭자 얼굴을 처음 본 남자가 바로 낭자의… 낭자의…."
"누가 속였다 그래요? 내가 한 굳은 맹세를 어찌 헤아리지 못하는거죠? 오늘 이후로 당신은 내 낭군이에요. 하지만 저 악인을 사부로 모시는 건 절대 안 돼요. 그자의 무공을 배워오면 내 목을 비틀 것 아니에요?" - P292

"당신 어머니가 오신 건가요?"
남해악신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는 무슨 어머니? 헛소리하지 마라! 저년은 사대악인 중 하나인 무악부작無惡不作 섭이랑葉二娘이다. 우리 ‘악‘ 자를 쓰는 넷 중에서 열이 두 번째인 천하 제2의 악인이지."
"그럼 첫째 악인의 별호가 뭐죠? 넷째는 또 뭐고요?"
남해악신은 험악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질문 좀 작작 할 수 없어? 노부는 너랑 얘기하고 싶지 않다."
갑자기 가냘픈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대는 악관만영이고 넷째는 궁흉극악이라고 하지." - P315

목완청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겁에 질려 부르르 떨며 생각했다.
‘저 여자는 아이가 초주검이 될 때까지 데리고 놀다가 다시 생면부지의 사람한테 보내 아이 부모를 평생 상심하도록 만드는 거야. 그렇게 아무 이유도 없는 악행을 저지른다는 것을 보면 남해악신보다 서열이 위에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 P318

우리 사대악인이 이번에 모이는 게 무엇 때문이오? 설마 그 쓰잘머리 없는 종만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거요? 그 인간은 나한테 자기 마누라나 딸자식 한번 보내서 같이 자보라고 한 적도 없단 말이오. 대리 황부皇府와 뼈에 사무친 원한이 있는 큰형님이 우릴 불러힘을 합쳐 공격하자고 해서 모인 것 아니오? - P324

무량검 제자 일곱 명의 내력이 이미 자신의 체내로 모조리 흡입되어 버렸으며 이들 모두 폐인이되어 버렸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단예는 재빠른 걸음으로 후원으로 내달렸다. - P399

단예는 속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생각했다.
‘내가 너무 경솔했구나! 이 담비는 종 낭자가 길렀기 때문에 그녀 말만 듣는 거였어. 내가 부는 휘파람은 제대로 하는 게 아니었어. 이…이제 어쩌면 좋지?‘ - P403

스슥 하는 미세한 소리와 함께 지네는 정말 아무 거리낌 없이 그의 혓바닥 위로 기어올라갔다. 단예는 너무 놀라 몇 번이나 혼절하는 듯했고 목구멍과 식도가 위에서 아래로 까칠까칠하고 간지럽게 느껴졌다. 지네가 그의 배 속으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설상가상이라 했던가! 지네를 쫓던 망고주합마저 갑자기 훌쩍 뛰어오르는가 싶더니 그의 혓바닥 위로 훌쩍 올라갔다. 순간 목구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망고주합이 그의 배 속으로 들어간 지네를 쫓아들어간 것이다. - P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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