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안 믿으세요?"
비토리아의 목소리에는 따지거나 평가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랭던은 웃음을 터뜨렸다.
"글쎄요, 쉬운 문제는 아니네요. 신앙을 가지려면 믿음이 깊어야 하고, ‘동정녀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나 ‘신성한 간섭‘과 같은 기적을 믿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교인이 되면 따라야 할 규칙도 있고요. 성경이나 코란, 불경에도 다 비슷한 요구 사항에 비슷한 벌이 나와 있죠. 특정한 계율에 따라 살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되어 있고. 하지만 신이 있다면 그런 식으로 세상을 다스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 P140

"랭던 씨, 저는 사람들이 신에 대해 하는 말들을 믿느냐고 물어본 게 아니에요. 신을 믿느냐고 물었죠. 둘 사이엔 차이가 있습니다. 성경은 이야기일 뿐이죠. 인간이 스스로 의미를 추구해 나가는 과정을 역사와 전설로 기술한 거예요. 글로 쓰여진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은 게 아니라 신을 믿느냐고 물었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고 누웠을 때 신의 존재를 느끼세요? 하느님이 손수 만들어낸 작품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느냐고요." - P140

랭던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신이 차고 다니는 손목시계에 대해 변명을 늘어 놓는 데 이골이 난 지 오래였다. 어릴 때 부모님께 선물로 받은 소장용 미키마우스 시계였다. 미키마우스가 두 팔을 심하게 뻗어 시간을 가리키고 있는 디자인이 우스꽝스러웠지만, 랭던이 차고 다니는 유일한 시계였다. 방수에 야광기능까지 있어 수영할 때나 밤에 어두운 캠퍼스를 다닐 때 편했다. 학생들이 패션 센스가 왜 그러느냐고 할 때마다 마음만은 젊게 살고 싶은 뜻에서 미키마우스를 차고 다니는 거라고 대답했다. - P147

기독교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지닌 전 세계 추기경 1백65명이 바티칸에 모두 모여 새 교황을 선출하는 신성한 의식이 바로 콘클라베다.
‘지구상의 추기경이란 추기경은 지금 다 여기에 있겠군.
헬리콥터가 성 베드로 대성당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바티칸의 드넓은 경내가 바로 아래에 있었다.
‘그렇다면 로마가톨릭 교회의 권력 구조가 통째로 시한폭탄 위에 앉아 있는 셈이야. - P157

선택된 네 명.
콘클라베를 관장하는 역할을 맡은 모르타티는 이미 적절한 경로로 전갈을 보내 스위스 근위대에 그들의 불참을 알렸다. 아직 답신은 오지 않았다. 다른 추기경들도 이제 네 명의 후보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불안한 속삭임이 일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네 명은 제시간에 와야했다. 모르타티는 콘클라베가 길어질까 두려웠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펼쳐질 일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 P161

르네상스 미술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극 중 하나였다. 1857년 피우스 9세 교황은 남성 성기의 정확한 묘사가 바티칸 내에서 풍기문란을 초래한다 하여 정과 망치를 동원해 바티칸 내 모든 남성 조각상의 성기를 잘라 버렸다. 그 과정에서 미켈란젤로, 브라만테, 베르니니의 작품들이 훼손되었다. 그훼손 부위를 가리느라 석고가 사용된 것이다. - P166

올리베티는 모니터 앞으로 다가가더니 화면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고는 랭던과 비토리아에게 돌아서며 말했다.
"이 영상은 바티칸 시국 내부 어딘가에 숨겨진 무선 카메라에서 송출한 것입니다.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모니터를 들여다본 랭던과 비토리아는 동시에 숨을 들이쉬었다. 영상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실했다. 그것은 CERN의 반물질 트랩이었다. - P169

랭던은 자신의 기억이 맞기를 바라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반복해 말했다. 그는 언젠가 교황 이후 바티칸 권력 설정의 기이한 단면에 대해 읽은 적이 있었다. 랭던이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면, 교황이 새로 선출되기 전까지 모든 자치권은일시적으로 영면한 교황의 개인 비서인 궁무처장에게 이양된다. 궁무처장은 낮은 직위의 비서일 뿐이지만, 추기경들이 새로운 교황을 뽑을 때까지 콘클라베를 감독하는 임무를 맡았다. - P174

랭던은 궁무처장의 모습에 최면이 걸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젊고 피로에 지친 모습이었지만 그에게는 신화 속 영웅과 같은 느낌이 있어, 온몸에서 카리스마와권위를 발산하고 있었다. - P186

"아직 근위대가 보고하지 않았나 보군. 이런 죄 많은 영혼이 있나. 하긴 그 자존심을 생각하면 놀랄 일도 아니지. 진실을 말하자니 치욕적이겠지. 자기가 지키겠다고 맹세한 추기경 네 명이 사라졌다는 진실 말이야." - P196

"맞아. 그래서 우리도 똑같이 할 거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살해당한 우리 형제들을 위한 보복의 의미라고 생각하시지. 당신네 추기경 넷은 여덟 시부터 시작해서 한 시간에 한 명씩 죽일 거야. 자정이 되면 전 세계의 눈이 집중될 거다." - P198

교회에는 불행한 일이지만, 모르타티는 궁무처장이 나이가 들어도 절대 교황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교황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정치적야심이 있어야 하는데, 궁무처장에겐 그런 면이 없었다. - P205

테러의 목적은 공포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두려움은 기존 사회의 믿음을 갉아먹죠. 적을 속부터 약화시키는 겁니다. 군중의 불안을 야기하는 거죠. 받아 적으십시오. ‘테러는 분노의 표출이 아니다. 테러는정치적인 무기다.’ 정부도 당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면 사람들의 믿음도 사라지는 겁니다. - P218

랭던은 궁무처장에게 말했다.
"처장님, 지난 삼 년 동안 저는 일곱 번이나 바티칸 문서 보관소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교황청에 청원했는데 매번 거절당했습니다."
"랭던 씨, 미안하지만 지금은 그런 민원을 제기할 시점이 아닌 듯 싶습니다."
"지금 당장 가봐야겠습니다. 사라진 네 명의 추기경 말입니다. 그분들이 어디서 살해당할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P219

단서 역할을 했던 겁니다. 만약 일루미나티에 입회하고 싶은 사람이 맨 처음 성당에 가서 흙의 표식을 찾으면, 그걸 따라가서 공기를 찾고, 불을 찾고, 물을 찾고, 그러면 결국 계몽의 교회로 이어지게 되어있습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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