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겠습니다. 소생에게는 그만한 복이 없으니 감히 전수해 주십사 청하지 않겠습니다."
방증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소. 소협은 인연이 있는 사람이오."
영호충은 놀라움과 기쁨에 휩싸여 심장이 쿵쿵 뛰었다. 방생 같은 소림의 고승조차 허락받지 못한 소림의 비술을 전수받을 수 있다니, 감히 꿈도 꾸지 못한 일이었다. - P182

영호충은 일어나서 공손히 말했다.
"방장 대사의 호의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허나 소생은 화산파 제자니 사문을 버리고 소림파에 들 수는 없습니다."
방증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빈승이 말한 큰 장애물이 바로 그것이오. 영호 소협, 소협은 이제 더 이상 화산파의 제자가 아니오. 아직 모르는 모양이구려." - P184

영호충을 구해준 사람은 마교의 고수 상문천이었다. 상문천은 마교와 정파 사람들에게 포위되어 위기에 처했을 때 세상 두려운 줄 모르는 젊은이가 나타나 적을 물리쳐주자 크게 감격했다. - P213

"형님, 아우의 절을 받으십시오."
상문천은 몹시 기뻐했다.
"이 세상에 나와 의를 맺은 사람은 자네 한 사람밖에 없네. 꼭 기억하게나."
영호충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과분한 총애십니다." - P233

"비록 의형제를 맺었지만, 내 자네에게 목숨을 빚져 마음이 영 편치 않네. 반드시 자네를 살려놓아야만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줌세."
영호충이 생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은 했지만, 이는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 생각하고 포기한 탓이 컸기에 병을 치료해 주겠다는 상문천의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 P239

"자네야말로 내 지기일세. 큰 형님과 셋째 형님은 고작 술을 얻자고중원의 절초를 서역에 전했다며 어찌나 나무라시던지! 둘째 형님은 웃기만 하셨지만, 필시 속으로는 고개를 저으셨을 거야. 내가 득을 본 장사라는 것을 알아준 사람은 자네뿐일세. 자자, 한 잔 더 들게." - P259

"우리가 매장에 찾아온 것은 부탁할 일이 있어서도, 원하는 물건이 있어서도 아니오. 다만 천하 무학의 최고봉인 이곳에서 당세의 고수들에게 풍 형제의 검법을 인정받으려는 것이오. 요행히 승리를 얻으면 우리는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떠날 것이오." - P279

때문에 회심의 광초제도 여느 때기럼 반 필기다가 멈줘야 했고, 독필움은 울화가 쌓여 견딜 수가 없었다.
"그만하세, 그만해!"
별안간 그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단정생에게서 술통을 빼앗아 돌탁자 위에 쓴더니 끝을 술에 적셔 허연 백에 글씨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배장군시였다. 시를 이루는 스물세 글자는 한 획 한 회에 정기가 충만했고, 특히 ‘약‘자는 벽을 뚫고 날아갈 듯 시원시원했다. 시를 다 쓰고 나가 쌓였던 울분도 가셨는지, 그는 그제야 긴장을 풀고 껄껄 웃으며 연지처럼 벽을 붉게 물들인 글씨를 흐뭇하게 감상했다. - P296

황종공이 현을 퉁긴 까닭은 여유롭게 음악을 즐기려는 뜻이 아니라 금 소리에 상승의 내공을 실어 적의 마음을 어지럽히기 위함이었다. 그 소리를 들으면 적의 진기가 금 소리에 공명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연주에 조종을 당할 수 있었다. - P319

흑백자가 불쑥 끼어들었다. . .
"풍 소협, 여기 계신 임 노선생의 성함을 아시오? 무림동도들이 이분을 무어라 부르는지는 아시오? 이분이 본래 어느 파의 장문인이었는지, 무엇 때문에 이곳에 갇히셨는지 아는 바가 있소? 풍 노선생께서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소?"
.
.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저는 잘 모릅니다."
영호충의 대답에 단청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모를 만도 하지. 내력을 알고서야 어찌 우리더러 이분을 놓아달라 할 수 있겠나? 이분이 이곳을 떠나면 온 무림이 발칵 뒤집어지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저 손에 목숨을 잃을 걸세. 그리되면 강호에 더 이상 평화란 없다네." - P356

임 선생은 그가 화를 내는 진짜 이유를 모른 채 껄껄 웃었다.
"물론 화산파 놈들 중에도 노부가 존중하는 사람은 있지. 풍가가 그중 한 명이고, 너도 그렇다. 그리고 네 후배 가운데 그 무엇이더라, ‘화산옥녀’ 영, 영… 그렇지, 영중칙. 그 꼬마 낭자도 제법 기개가 있는 것이 인물은 인물이었지. 애석하게도 악불군에게 시집을 갔으니 고운 꽃을 소똥에 꽂은 격이다."
그가 사모를 ‘꼬마 낭자‘라 칭하자 영호충은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 - P358

임 선생은 검을 가로세우며 외쳤다.
"젊은 친구, 대체 네게 검법을 전수한 사람이 누구냐? 풍청양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영호충은 당황했다.
"풍 노선배님이 아니고서야 어느 고수가 이런 검법을 전수해 주셨겠습니까?"
"하긴 그렇군. 자, 받아라!"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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