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림이 말했다. "시주님, 중상을 입었으니 푹 쉬셔야 하지만 급한 일로 여쭐 것이 있습니다. 협객 영호충이 나쁜 사람에게 피살되었는데 그 시체가…." "지… 지금 영호충이라고…." "그렇습니다! 시주님께서는 영호 협객의 시체가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시… 시체?" "그래요. 영호 협객의 시체 말입니다. 어디에 있습니까?" 그 사람이 희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소리가 너무 작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 P301
"놀랄 줄 알았다니까요. 이 사람이 누군지 알죠?" "이… 이… 이분은…." 한겨울 모기 소리처럼 기운 없는 목소리였다. 침상 위에 누운 남자는 두 눈을 감고 있었지만, 매끈한 얼굴에 자리한 날카로운 눈썹과 얇은 입술은 영호충, 바로 그 사람이었다. - P305
목고봉이 손에 힘을 주자 임평지의 머리가 두 치 정도 더 내려갔다. 바로 그때, 임평지는 등이 따스해지며 부드러운 기운이 몸속으로 흘러드는 것을 느꼈다. 느닷없이 머리가 가뿐해지자 그는 양손으로 땅을 짚고 벌떡 일어났다. 임평지에게도 뜻밖이었지만 목고봉은 그보다 훨씬 더 놀랐다. 방금 그의 손을 밀어낸 내공은 무림에서 명성이 자자한 화산파의 자하공紫功인 듯했다. - P328
목고봉의 예상대로 그 사람은 바로 화산파 장문인 군자검 악불군이었다. 평소 악불군을 매우 두려워하던 목고봉은 무공도 변변치 못한 젊은이를 괴롭히는 모습을 그에게 들키자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허허 웃으며 넉살을 피웠다. - P329
갑자기 임평지가 우르르 달려와 그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며 외쳤다. "사부님, 저를 거두어주신다면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고 문규를 엄격히 지키며 무슨 일이 있어도 명을 어기지 않을 것입니다!" 악불군은 빙그레 웃었다. "너를 제자로 삼으면 목고봉은 내가 제자를 빼앗았다고 떠들고 다닐 것이다." "저는 사부님을 뵌 순간부터 흠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제자, 진심에서 우러나 이렇게 간청드리는 것입니다." 임평지가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좋다. 내 너를 거두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나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았으니 어쩌겠느냐? 혹시 허락지 않으실지도 모른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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