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장무기는 조민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다. 그녀는 납치해온 육대 문파 고수들을 이곳에 가둬놓고 약물로 저들의 공력을 억제시킨 다음, 조정에 귀순하도록 핍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포로들이 굴복하지 않을 것은 보나마나 뻔한 일이다. 그럼 조민은 부하들을 시켜 그들과 차례차례 싸우게 하고 곁에서 지켜보면서, 육대 문파의 정교하고도 오묘한 무공 초식을 훔쳐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실로 지독한 심보, 악랄하기 짝이 없는 그 계략이야말로 기상천외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 P28

고두타가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즉시 두 손을 둥그렇게 모아 활활 타오르는 불꽃 형상을 지어 가슴 앞에 놓더니 공손히 몸을 굽혀 장무기에게 큰절을 올렸다.
"광명우사 범요, 삼가 교주님을 뵙습니다. 불초한 저를 죽이지 않고 살려주신 은혜 깊이 감사드립니다. 무례하게 하극상을 범한 죄,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고두타의 입에서 떠듬떠듬 첫 마디가 흘러나왔다. 10여 년 동안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았던 탓으로 억양이 무척 부자연스러웠다. - P60

장교주는 무공 실력도 뛰어날 뿐더러 사람 됨됨이마저 아주 인자하고의로워 뭇 사람들을 진심으로 굴복시키고도 남을 만한 사람이다. 단지 마음씨와 수단이 모질지 못하고 어수룩한 면을 보여 아녀자들처럼 쓸데없는 일에 이러쿵저러쿵 딴소리를 늘어놓는 점이 옥에 티라고나 할까, 그 나머지는 자신이 떠받들고 모셔야 할 교주로서 흠잡을 데가 없는 인재였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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