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소이다. 증소협. 내공으로 소인의 고질병을 치료해 주시다니, 참으로 감사하오. 중소협의 경천동지할 신공은 굳이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도전해온 적에게 이렇듯 원수를 은덕으로 갚는 그 어진 마음씨와 의협심에, 소인은 더욱 감격했소." - P29
장무기의 심정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기뻐해야 할지 서글퍼 해야 할지, 종잡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채로 그는 맥없이 성곤의 주검을 등지고 돌아섰다. 양부 사손의 한평생을 망쳐놓은 불구대천지 원수가 끝내 악업이 하늘에 사무쳐 이렇듯 허망하게 죽어버리다니! 갑작스레 가슴에 뜨거운 피가 용솟음치면서 하늘을 우러러 앙천대소를 터뜨렸다. - P39
"저따위한테 무슨 말 못할 고충이 있겠습니까? 하하, 귀주성 묘강지역에서 금잠고독에 중독되어 죽지 않으면 안 될 처지를 겪어보지도 못했고, 또 금란지교를 맺은 의형제의 누이동생을 모살한 적도 없으니, 제게 말 못하고 감추어야 할 비밀 같은 거야 있을 턱이 없습지요." - P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