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의 충격이 지나고 모래먼지도 가라앉았다. 딱 부릅뜬 눈초리들이 집중된 가운데 전혀 뜻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장무기는 얼굴에 사뭇 의아스런 기색을 띤 채 그 자리에 멀쩡히 서 있고, 멸절사태는 안색이 죽은 잿빛으로 시꺼멓게 질렸다. 방금 혼신의 공력을 쏟아 후려쳤던 그녀의 손바닥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 P265
기절초풍을 하다시피 놀란 은야왕이 즉시 걸음을 멈추고 우뚝 섰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지금 나는 평생을 두고 쌓아올린 공력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치닫는 동안 입을 열어 말 한마디는 커녕 숨 한모금 바꿔 마실 수도 없을 지경인데, 이 젊은 녀석은 저 하고 싶은대로 천연덕스레 얘기까지 건네면서 걸음걸이가 털끝만큼이나마 늦춰지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 P275
"그 계집아이는 누군가?" "나도 흡혈박쥐에게 그걸 물었지. 얘기인즉 백미응왕의 손녀라는 거야. 지금 우리 명교에 큰 환란이 닥쳤는데 모두 합심협력해서 난관을 물리쳐야 하기 때문에 그 계집아이의 피는 절대로 빨아 마실수 없다는 걸세." - P300
"오늘날 우리 명교는 크나큰 환란에 봉착해 있네. 만일 우리가 수수방관하고 돌아보지 않는다면, 죽어서 명존 어른과 양교주님을 무슨 낯으로 뵙겠는가? 정 육대 문파가 두려워서 그런다면, 이쯤 해두고 자네 혼자 돌아가게, 우리가 광명정에서 장렬하게 싸워 죽어 순교하거든 그때 와서 우리 해골이나 거두어주게!" - P308
탄식 끝에 숨을 돌리던 원진이 다시 말을 계속했다. "광명정에서 내려온 후 중원으로 돌아온 나는 여러 해 보지 못했던 제자를 만나러 갔소.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 끝에 그가 이미 마교의 사대 호교법왕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지…….." - P368
마침내 그는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렇다. 나도 외할아버지와 함께 목숨을 버리면 그만 아닌가! 한쪽은 내 아버지가 몸담으셨던 무당파, 다른 한쪽은 내 어머니가 태어나시고 자란 천응교다. 나는 결코 어느 누구 편도 역성들지 않으리라. 그저 목숨이 다할 때까지 한사코 설득하여 화해를 붙일 따름이다. 양면이 더이상 사람을 죽이지 않고 더 많은 원수를 맺지 않게 하고야 말리라! - P472
"젖비린내도 가시지 않은 놈이 정말 간교하구나! 원진사형이 네놈과 대질할 수 없는 줄 뻔히 알면서도 그분을 꼭 지명해서 만나보겠노라고 억지떼를 쓰다니! 왜 무당파 장취산을 저승에서 불러내다 대질하겠다고는 하지 읺느냐?" - P486
뭇 사람들이 경악성을 터뜨리는 가운데, 장무기가 원음대사의 엄청난 몸뚱이를 치켜든 채 물찬 제비처럼 날렵한 동작으로 공중제비를 한 바퀴 빙그르르 돌더니 지상으로 거뜬히 내려섰다. 육대 문파 진영에서 7, 8명이 동시에 외쳤다. "무당파 제운종(梯雲縱)이다!" - P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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