텁석부리 사내가 갑판 바닥에 무릎 꿇고 엎드려 이마를 조아렸다. "도사 어르신께서 보잘것없는 이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소인 상우춘(常遇春)이 어르신께 큰절을 올리나이다." "상영웅, 이렇듯 대례까지 올릴 것은 없소." 장삼봉이 손을 내밀어 부축해 일으켰다. 한데 그의 손바닥에 닿는 촉감이 얼음보다 더 차가워 흠칫 놀랐다. "상영웅, 혹시 내상까지 입은 것 아니오?"" 텁석부리 상우춘이 고개를 끄덕였다. - P27
"얘야, 네 이름이 뭐냐?" "제 성은 주씨(周氏)예요. 아버지 말씀이, 제가 호남성 지강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이름을 지약이라고 붙여주셨어요." - P29
"뜻은 고맙네만, 이 아이의 한독이 오장육부에 깊숙이 퍼져 있어서 보통 약물로는 치료하지 못한다네. 그저 시일을 두고 천천히 풀어줄 수밖에." "하지만 그 신의는 정말 다 죽어가는 병자를 기사회생시킬 만큼 신통력이 대단하신 분입니다." 이 말에 장삼봉이 흠칫했다. 갑자기 머릿속에 퍼뜩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자네가 말하는 사람이 혹시 접곡의선(蝶谷醫仙)이 아닌가?" "바로 그분입니다. 그러고 보니 도장 어르신께서도 저희 호사백(胡師伯)의 명성을 알고 계셨군요." 상우춘이 반가운 기색으로 얼른 대답했다. - P39
아미파 장문인 멸절사태는 제자들 가운데 누구보다 기효부를 아끼고 사랑했다. 그래서 의발을 전수할 뜻이 있었던 모양인데, 사저 되는 정민군이 마음속으로 질투심을 품은 듯했다. 그녀가 기효부에게서 무슨 꼬투리를 잡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마음먹고 뭇 사람들 앞에 추태를 보이게 만들어 얼굴도 들지 못하게 하려는 수작이 분명해 보였다. - P63
"이 아이의 모친은 백미응왕 은교주의 따님이십니다. 그러니까 이 아이도 절반쯤은 우리 명교 인물인 셈입니다." 상우춘은 온갖 구실을 다 짜내어 호사백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썼다. 아니나 다를까, 무기의 어머니가 천응교 인물이란 말을 듣자 호청우도 다소 마음이 움직였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호오, 그래? 자넨 그만 일어서게. 이 아이가 천응교 은천정의 외손자라면 얘기가 또 다르지."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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