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그 칼의 비밀을 찾아내지 못할 때는……?" "그 무인도에서 십 년이 지나든 이십 년이 지나든 나하고 같이 살아야겠지. 만약 내가 평생토록 그 비밀을 생각해내지 못할 때에는 자네들도 나하고 같이 그곳에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는 걸세. 자네들은 정분도 나고 의기가 투합되어 썩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니까 아예 부부가 되어서 아들 딸 낳고 기르는 재미도 있지 않겠나?" - P40
은소소가 그의 품안에 기대앉은 채 귓속말로 속삭였다. "장오라버니, 만약 우리 둘이서 죽지 않는다면 영원히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 장취산의 심정이 격하게 흔들렸다. "나도 그대와 함께 있고 싶소. 천상으로 올라가는 땅속으로 들어가든, 인간세상이든 바다 밑이든, 우리는 언제나 함께 있을 거요."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기대앉았다. - P60
그의 언행을 주의 깊게 바라보면서, 장취산과 은소소는 똑같은 생각에 잠겼다. 이 사람의 부모 처자식은 모두 남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그러니 미치도록 상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 원수는 도대체 누굴까? 허나 사손의 정신병이 다시 도질까봐 두 사람은 한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 P75
한데, 차가운 달빛 아래 사손이 두 손으로 눈을 감싸 안은 채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은소소는 얼음판 위에 쓰러져 있었다. 급히 달려든 장취산이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은소소가 그의 귀에 속삭였다. "내가… 내가 은침으로….… 저 사람 눈을 맞혔어……" - P82
이날 아침 일찍이 장삼봉은 폐관을 풀었다. 맑은 휘파람 소리와 함께 소맷자락을 떨치자 두 개의 문짝이 삐거덕 소리를 내며 저절로 열렸다. 문이 열리면서 제일 먼저 눈에 뜨인 것은 10년 세월을 못내 그리워하던 애제자 장취산이었다. 그는 혹시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싶어 두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보았다. 허나 그때는 이미 장취산이 품안으로 달려들면서 울음 섞인 목소리로 잇따라 사부를 외쳐 부르고 있었다. "사부님! 사부님!" -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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