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정 오빠의 본래 모습이구나. 오빠와 부부로 산 지도 어느덧 30년이 되었는데 그 세월 중 반은 이 양양성에 바쳤지. 오늘 여기서 적을 막아내고 이 성벽에 함께 피를 뿌릴 수 있다면 우리 인생도 헛되지 않은 거야.‘ - P214
"저렇게 용감한 자가 있다니, 누구더냐?" 왼쪽에 섰던 백발이 성성한 장군이 앞으로 나섰다. "대칸께 아뢰옵니다. 저 사람은 곽정이라는 자로, 과거 테무친께서 금도부마에 봉하신 바 있고, 서역 원정에도 함께하여 상당한 공을 세웠습니다." "오호…… 바로 그 자로구나. 무공이 참으로 대단하다. 명불허전이로구나." - P220
"오빠, 양이가 그만 적들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어요. 이제 저 자들은 망루를 세우고 그 아래에 장작을 깔고 양이를 망루에 묶어 당신에게 항복을 요구해올 거라구요. 만일 항복하지 않으면 망루를 태워 우릴 미치게 할 작정이겠죠. 그러면 성을 지킬 수 없을 테니까요..’ - P227
곽양은 품속에서 마지막 남은 금침을 꺼냈다. "큰오빠, 일전에 금침 세 개를 주시면서 금침 하나에 한 가지씩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하셨죠? 이제 소원이 한 가지 있어요. 부인을 만나든 만나지 못하는 절대 죽지 말아요." 곽양은 금침을 양과의 손에 쥐어주었다. 손안에 든 금침과 곽양을 번갈아보며 양과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양양에서 여기까지 날 구하기 위해 온 거야?" "맞아요. 남아일언중천금이라고 했어요. 제게 한 약속, 어기시면 안 돼요." - P236
"나쁜 일이라도 있었어요?" 이 목소리, 이 말투, 그리고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이 손길은 자신을 위로하는 소용녀의 것이 틀림없었다. 양과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앞에 나타난 여자는 눈부신 피부에 꽃처럼 아름다운 소용녀였다. 16년 동안 꿈에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던 그녀가 갈색 옷을 입고 양과의 눈을 가득 채우고 서 있었다. 두 사람은 가만히 선 채 말을 잇지 못했다. - P241
곽양은 반색을 하며 그 두 사람을 응시했다. 왼쪽 사람은 푸른 관에 황포를 입은 양과였고,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흰옷을 펄럭이는 미모의 여자였다. 두 사람은 모두 장검을 들고 춤추듯 하얀 검광을 펼치며 신조의 뒤를 따라 망루로 달려왔다. 곽양이 소리쳤다. "큰오빠, 그분이 바로 소용녀인가요?" 양과 옆에 있는 사람은 바로 소용녀였다. - P264
주백통의 뜻밖의 반응에 모두들 잠시 당황스러웠다. 사실 무공으로 따지면 주백통은 황약사나 일등대사보다 훨씬 나았다. 본인들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주백통을 놀려주려는 마음에 일부러 그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주백통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려했던 것인데 뜻밖에 주백통의 반응이 너무 천진난만했다. 그는 비록천성이 무공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결코 명예를 얻고자 하는 욕심은 추호도 없었던 것이다. - P299
"각원대사님, 네 권의 <능가경>에 무슨 특별한 것이 있습니까?" 각원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출가한 몸으로 거짓말을 할 수는 없지요. 양 거사께서 기왕에 그리 물으시니 사실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실은 <능가경> 사이에는 옛날 한 고인이 쓰신 또 한 권의 경서가 쓰여 있습니다. 바로 구양진경(九陽眞經)〉이라는 책이지요."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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