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야, 사람은 하늘에 한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아버지가 평소 너에게 엄하게 대하기는 했지만, 널 사랑하는 마음은 네 엄마와 다름없다."
곽정의 목소리는 준엄했다.
"저도 알아요."
"그래, 오른팔을 내놓아라. 네가 다른 사람의 팔을 베었으니, 너도 팔을 잃는 아픔을 알아야 하지 않겠니? 내가 너의 팔을 베어야겠다. 네 아비는 평생 바르게 살아왔다. 절대 사적인 일에 눈이 어두워 딸이라고 무조건 감싸는 일은 할 수가 없다." - P82

사실 이막수는 황용을 속이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 아기가 양과와 소용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라고 믿었다. 그런 이막수의 속내를 황용이 알 리가 없었다. - P93

"과야. 나….… 나는 구양봉에게 혈도를 찍히고 꼼짝도 못하고 있을 때 이 사람에게 순결을 잃었어. 그래서 부상을 치료한다고 해도 너와 혼인할 수가 없어. 하지만 이 사람…… 이 사람이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날 구해줬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이 사람을 괴롭히지 말아 줘. 다…… 다 내 운명이었나 봐." - P142

"원래 중양 조사와 고묘파의 조사님께서는 마땅히 부부의 연을 맺으셔야 했건만 무슨 예가 어떻고, 계율이 어떻고를 따지다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어요. 선자, 우리 오늘 중양 조사님 앞에서 부부의 연을 맺어 두 분의 한을 풀어드립시다." - P147

"드디어 집에 돌아왔군요."
소용녀는 미소를 지으며 힘없이 겨우 한마디를 내뱉더니 이내 눈을 감았다. 양과는 상자를 짊어지고 고묘의 석실로 들어갔다. - P176

그러나 황용의 생각은 다른 데 가 있었다. 양과는 그토록 목숨을 걸고 딸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데 자신과 부는 오히려 양과를 의심한데다 심지어 부는 양과의 팔을 자르기까지 했으니 정말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게 된 것이다. - P202

곽부는 관 뚜껑이 완전히 닫히지 않은데다 그 틈으로 옷자락이 보이자 틀림없이 이막수가 숨어있는 것이라 확신했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그녀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당신이 해준 대로 갚아주겠어!"
곽부는 냉큼 관 뚜껑을 열어것히며 빙백은침을 꽂았다. 워낙 거리가 가까운데다 좁은 석관이라 어디 피할 데도 없었다.
"아악!"
양과와 소용녀는 그대로 오른쪽 다리와 왼쪽 어깨에 침을 맞고 말았다. - P256

"어머머! 아주 기세가 대단하시네! 설마 내가 일부러 두 분을 해치려 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실수로 그랬다고……. 아무튼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되잖아요. 그까짓 침이 뭐라고!"
곽부는 오히려 큰소리였다. - P258

"당신은, 당신은 개방의 장로로군. 이제 생각이 났어."
팽 장로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미소가 싹 가시더니 얼굴이 일그러졌다.
"철장방의 구 방주께서 어쩌다 출가를 하셨습니까?"
흰 눈썹의 노승은 바로 왕중양, 황약사, 구양봉, 홍칠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일등대사(一燈大師)였다. 그리고 검은 옷의 승려는 철장방의 방주 구천인이었다. - P292

그가 감탄하며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매우 아름다운 용모의 젊은 여인이 아기를 품에 안고 문간에 서 있었다. 그녀는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전혀 조급해하거나 걱정하는 듯한 기색이 없었다.
‘저 여자도 보통 사람은 아닌 듯 싶군.‘
일등대사는 소용녀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자세히 보니 어딘지 모르게 허한 기색이 완연하고 양미간에 검은 기운이 감돌았다.
"이런!"
일등대사는 자기도 모르게 혀를 끌끌 찼다. - P301

이 젊은 부부는 정말로 한 쌍의 용과 봉황이로세. 남자는 저 젊은 나이에 놀랄만한 무공을 가졌고, 여자는 어린 나이에 이렇게 깊은 깨달음을 얻었으니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야. 수십 년 동안 도를 닦은 노승들에게도 어려운 일인 것을….…. 곽정과 황용 부부의 무공이나 사람됨도 저들 못지않게 훌륭하긴 하지만 하늘의 뜻을 깨닫고 생사를 초월한 저들만은 못하지.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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