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칠공은 원래 눈 속에서 정말 잠이 들었는데 오추에게 밟히는 통에 깨어났다. 그러고는 이 아이가 사흘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 자는 척하고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양과가 와서 그의 숨을 살필 때마다 호흡을 막고 숨을 쉬지 않았다. 그리고 양과가 배고픔을 견디며 사흘의 약속을 지키자 젊은 친구가 협의(俠義)의 기개가 있다며 기특해했다. 그러고는 이제야 일어나 위풍당당하게 좁은길에 버티고 선 것이다. - P16
그때였다. 땅을 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순식간에 산모퉁이에서 누군가 불쑥 튀어나왔다. 물구나무를 선 채, 두 손에 돌을 쥐고 땅을 때리며 걸어오는 그는 바로 서독 구양봉이었다. 양과는 저도 모르게 외쳤다. "아버지!" - P19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래! 더 겨룰 것 없네!" 홍칠공이 훌쩍 몸을 일으켰다. "노독물, 구양봉! 함께 죽자고! 결국에는 이렇게 길동무가 되는구나!" 그는 웃으며 달려와 구양봉을 덥석 끌어안았다. 양과는 홍칠공이 의부를 해하려는 것인 줄 알고 그의 등을 붙잡았다. 그러나 워낙 힘있게 끌어안고 있어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구양봉은 이미 기력이 쇠진해 꼼짝도 하지 못했다. 순간, 눈앞이 환해지며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수십 년 동안 겪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갔다. 구양봉도 웃음을 터뜨렸다. - P37
"백부님은 언제나 저를 잘 대해주셨어요.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 "나는 너를 구박했다. 날 미워하겠다면 그리 하려무나." 황용의 말에 양과는 아예 차분히 마음속에 담아놓았던 말을 꺼냈다. "백모님은 제게 잘해주시지는 않았지만 구박하지도 않으셨어요. 무공을 가르쳐준다고 하시면서 글만 읽게 하셨죠." 그제야 곽정은 황용이 양과에게 무공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