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양과는 여기서 기다리면 소용녀를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건만, 흰옷을 입은 미모의 여자‘ 가 뜻밖에도 다른 사람인 것을 알고 너무 상심한 나머지 숨이 다 막히는 것 같았다. 참아보려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 P182

여자는 눈썹을 곧추세우며 입술을 파르르 떨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칼을 휘둘러 신지범을 공격했다.
양과는 문득 마음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선자가 내게 화를 낼 때도 꼭 저런 표정이었는데."
양과는 여자의 표정이 소용녀와 너무 닮은 탓에 마음이 움직여 결국 여자를 돕기로 결심했다. - P187

양과가 연이어 전개한 네 초식은 모두 고묘파의 미녀권법(美女拳法)이었다. 고묘파는 임조영이 창시한 후 절대 남자에게는 무공을 전수해주지 않았다. 임조영은 미녀권을 만들면서 매 초식에 모두 미녀의 이름을 붙였고 그 자세도 미녀의 모습처럼 부드럽고 우아했다. 하지만 모두 매섭고 악랄하기 그지없는 살수였다. - P244

이막수는 말없이 양과를 노려보며 눈알을 사르르 굴렸다.
"이 못생긴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구나. 감히 내 앞에서 얕은 수작을 부려? 전진교의 제자라면 어느 누가 감히 조사(祖師)를 가지고 농담을 하겠는가? 또 누가 감히 왕중양이라고 이름을 함부로 부르겠는가? 그렇다면 전진교의 제자가 아니라는 말인데……. 그런데 왜 초식은 전진파의 것일까?" - P267

야율초재는 차남인 야율제(齊)와 셋째 딸인 야율연(耶律燕)을 데리고하남으로 온 것이다. 민정을 살핀다는 것은 핑계였고 사실은 화를 피하기 위해서 남하한 것이다. - P285

양과는 완안평이 고개를 끄덕이자 너무 좋아서 입이 헤 벌어졌다. 그는 딱한 처지에 있는 완안평을 보호해주고 싶었다. 게다가 그녀의 눈빛이 소용녀와 매우 비슷해 보여서 더욱 정감이 갔다. 사실 누구나 슬픔에 잠겨 있을 때는 눈에서 애수가 느껴지게 마련인데 양과가 그녀의 눈빛이 유난히 소용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가 워낙 소용녀를 그리워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이었다. - P308

"왜 울었느냐?"
그제야 양과도 노인을 자세히 살폈다. 노인은 머리와 수염이 온통 하얬는데 오래도록 씻지 않았는지 그것들이 마구 뒤엉켜 있었다. 그리고 입은 옷은 너덜너덜한 것이 영락없는 거지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깊은 어둠 속에서도 눈에 비친 그의 홍안은 빛이 났고 늠름한 위엄을 풍겼다. - P349

노인은 바로 구지신개(九指神) 홍칠공(洪七公)이었다. 그는 개방 방주의 자리를 황용에게 넘겨준 뒤, 홀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천하의 별미를 찾아 미식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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