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황야는 이미 죽은 지 오래다. 지금의 나는 일등이라 부른단다. 네 사부께서는 내가 불가에 귀의한 것을 알고 계시는데, 네 부친은 아직 모르고 계시지?" - P34

‘사사로이 정을 통해 아기를 낳았는데도 한 번도 나를 탓하지 않았고 계속 궁궐에서 살게 해주었지. 나를 죽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예전보다 더 후하게 대접했어. 그는 나에게 항상 잘해 주었어.’
영고는 늘 단 황야가 자신의 아기를 구해주지 않은 것만 기억하며 독심을 품어 왔다. 그러나 단 황야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난 뒤에야 그가 베풀어준 은혜가 불현듯 생각난 것이다. - P134

곽정은 땅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제자, 만 번을 죽는다 해도 사부님을 범할 수 없는 법입니다. 제가 어리석은 탓에 잠시 실수를 저질렀으니, 저를 벌해 주십시오."
"자꾸 사부, 사부 하는데, 누가 네 사부란 말이냐? 너야 도화도주께서 장인이신데, 무슨 사부가 또 필요하겠느냐? 강남칠괴의 얕은 재주로 어찌 우리 곽 나리의 사부가 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가진악의 말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 P216

곽정은 외마디 비명을 내뱉었다. 하늘과 땅이 빙글빙글 도는 듯하더니 그예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부싯돌의 불이 여전히 그의 손에서 빛을 내며 타고 있었다. 그 불빛에 의지해 황용이 바닥을 보니 전금발이 두 눈을 부릅뜬 채 죽어 있었다. 저울대의 남은 반 토막이 그의 가슴에 박혀 있었다. 이제 진상은 대충 밝혀진 셈이었다. - P240

"오빠, 첫째 사부님의 표정을 보고 뭔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 줄 짐작했어요. 나를 죽이겠다면 지금 죽여 주세요. 우리 엄마도 여기 계시니 엄마 곁에 눕혀 주세요. 저를 묻어 주시고 아버지와 맞딱뜨리지 않도록 곧바로 이 섬을 떠나세요." - P242

그때 구처기는 눈물을 비처럼 뚝뚝 흘리고 있는 곽정을 보았다.
"아니, 왜 그러느냐?"
곽정은 한 걸음 다가가 땅에 엎드려 통곡했다.
"사, 사, 사부님들이 돌아가셨습니다."
구처기는 깜짝 놀라 소리질렀다.
"뭐라고?"
"첫째 사부님을 제외하고 나머지 분들은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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