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난 건 우리 때문이 아니라 당신 때문이었죠. 우리가 가까워지거나 사랑에 빠질 가망은 애초에 없었어요. 그러니까 우린 대략 서로 반대편이 되도록 결정되어 있었던 거죠. 우린 첫 순간부터 당신의 꼭두각시가 된 기분이었어요. 에미 당신이 막 체스판에 올려놓은 말 같았다고나 할까요. 다만 우린 그 ‘게임‘ 을 이해할 수없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어요. - P249

‘가정의 평화‘ 는 형용모순이에요. 서로 배타적인 개념이 짝을 이룬것이라고요. - P252

라이케씨, 당신은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만질 수 없고, 따라서 실재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당신은제 아내의 환상이 만들어낸 존재일 뿐이지요. 한없는 행복감, 세상과의 절연 상태에 기인하는 몽롱함, 글로 지은 사랑의 유토피아…… 이런 것들이 만들어낸 환상 말입니다. - P311

이메일을 매개로 한 환상의 사랑, 끊임없이 고조되는 감정,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그리움, 가라앉을 줄 모르는 열정, 이 모든 것이 현실에서의 만남이라는 하나의 진짜 목표, 지고의 목표를 향하고 있지만, 목표 실현은 번번이 미뤄지고 만남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 만남은 종착지도 없고 만료 기한도 없이 오로지 머릿속에서만 완벽하게 누릴 수 있는 세속적인 행복을 깨뜨릴 테니까요.
저로서는 그걸 막을 힘이 없습니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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