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제의 속살 3 - 불평등 편 ㅣ 경제의 속살 3
이완배 지음 / 민중의소리 / 2020년 2월
평점 :
마시멜로 이야기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월터 미셸은 궁금했다. 과연 현재의 만족감을 지연시킬 수 있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미래는 어떻게 다를까? 네 살짜리 아이들을 90여 명 모아서 실험했더니 아이들이 먹음직스런 마시멜로를 앞에 두고 참을 수 있는 인내심의 힌계는 평균 9분 여.. 지시받은 15분을 견딘 아이들도 있고 견디지 못한 아이들도 있다. 미셸 교수는 15년 후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을 추적해서 실제로 아이들의 미래가 어떤지 살폈다. '그럼 그렇지!' 15분을 참은 아이들이 못참은 아이들보다 성적과 대인관계도 좋고, 비만율, 범죄율이 낮았다. 참을성 있는 아이들이 성공한다는 것을 멋지게 증명했다.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인 센딜 멀레이너선은 동의할 수 없었다. 하나, 마시멜로를 매일 먹던 아이들은 그깟 한 개, 15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어쩌다 하나씩 먹는 아이들에게는 그 유혹의 정도가 굉장히 클 것이다. 둘, 평소에 부모가 경제적 보상이 포함된 약속을 잘 지키는 모습을 봐온 아이들은 약속을 믿고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돈이 없어 약속을 못 지키는 부모를 원망스레 바라보던 아이들은 당장 눈앞에 있는 마시멜로가 중요하다. 인내심이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2018년, 뉴욕대학교와 UC어바인 대학의 공동 연구팀은 훨씬 큰 표본으로 마시멜로 실험을 한 후 추적조사하여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는 것과 성공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걸 밝혀낸다. 사회의 성공은 그저 부모의 경제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뿐이다.
이렇게 해서 예전에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허무맹랑한 책을 읽은 후 어떻게 반론할지 몰랐던 나는 얹혔던 속이 확 뚫렸다. 이완배 기자 덕분이다. 개인적으로는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니라 관계는 있으나 두 결과가 모두 부모의 재력에 종속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완배. 1971 ~ . 민중의소리 기자.
벌써 세 권째
1권 경제학편, 2권 경제학자편에 이어서 이완배 기자가 쓴 <경제의 속살> 시리즈 세 권째 책이다. 4권 정치편도 함께 출간되어 좀 쉬었다가 조만간 읽을 예정이다. 내가 이완배 기자의 <경제의 속살>을 열심히 읽는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민중의 소리'라는 언론사와 '이완배'라는 멋진 기자에 대한 응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이유는 <경제의 속살> 시리즈가 경제학을 통해 우리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로운 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완배 기자는 경제전문기자이다. 당연히 그가 설명하는 바탕에는 경제학이 도사리고 있다. 모든 사회현상을 설명하는데 경제학을 동원한다. 그런데 그 설명들이 사회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어떻게 이런 것까지 경제학을 연결해서 설명하는지 놀라울 때가 많다. 특히 그가 자주 인용하는 행동경제학은 심리학까지 아우르고 있으니 정말 다양한 상황에서 탁월한 설명을 보여 준다. (간혹 이건 좀 너무 나간 거 아닌가 할 때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나는 금리, 환율, 물가, 무역 등 경제학 본연의 문제를 다루는 학자는 많이 봤지만 실물 경제가 아닌 사회현상을 설명할 때 이완배 기자처럼 경제학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거침이 없다. 계속해서 방송(<경제의 속살> 시리즈는 김용민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김용민 브리핑'에서 진행한 경제 브리핑을 정리해서 펴낸 책이다.)을 하다 보면 사회전체를 경제학 관점에서 다룰 기세다. 이완배 기자는 주류경제학자들이 합리적이면서 이기적인 존재인 인간을 상정하고 설명하는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편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도 주류경제학자들보다는 비주류 경제학자들과 행동경제학자들의 도움을 받은 이완배 기자가 더 옳아 보인다.
다양한 주제, 새로운 관점
《경제의 속살3 - 불평등편》은 앞선 경제학편과 경제학자편과는 달리 챕텨별로 다양한 소주제를 다루고 있다. 아마도 큰 주제 두 개 이외에 책 한 권으로 엮을 수 없는 내용들을 소단원으로 묶어냈을 것이다. 그런데 경제학편, 경제학자편은 누가 봐도 경제 관련 기자가 다룰 것 같지만 3권에서 다루는 불평등, 심리, 노동, 심지어는 검찰, 언론, 종교에 대한 개혁까지... 경제학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주제를 멋지게 경제학을 통해 해석, 설명하고 읽는 입장에서 쉽게 수긍이 된다. 다음 4권에서는 정치를 다루었는데 여전히 기대된다.
《경제의 속살3 - 불평등편》의 가장 큰 강점은 쉽고 잘 읽힌다는 점이다. 딱딱한 경제 해설에서 벗어나 사회현상을 적절한 경제이론으로 설명한다. 문어체를 배제하고 정제된 구어체(반어적 표현이다)를 사용하기 때문에 읽는데 부담이 없다. 가끔은 권력자들을 비아냥거리는 이완배 기자의 목소리가 문장 속에 배어 있기도 하다. 방송 또는 기사로 처음 발표되었던 내용이라 당시 상황이 적절히 녹아들어 있어 회상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다. 물론 팟캐스트를 열심히 들었던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은 내용이겠지만 방송으로 듣는 것과 책으로 읽는 것은 또 다르니 책을 사서 읽는데 주저할 필요는 없다.
★★★★☆
쉽고 재미있다. 사회를 보는 또 다른 눈을 장착할 수 있다. 자연스레 위대한 비주류 경제학자들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실제로 나는 이완배 기자에 낚여 책을 수십권 사기도 했다. 책의 분량이 좀 적은게 아쉬운데 내용이 그 무게를 대신 채우고 있으니 상관없다.
사회를 좀 다른 눈으로 보고 싶어하는 사람, 기존 경제학의 폭력적인 주장에 대해 불만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