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헝거게임 개요
- 시기 : 미래의 어느 날, 13개 구역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진압을 당한지 74년째 되는 해
- 위치 : 판엠 대륙 (구 북미 대륙)
- 주최 : 캐피톨, 대륙의 독재지배 세력
- 선수 : 각 구역에서 추첨으로 선발된 12~18세의 소년·소녀 1명씩, 총 24명
- 방식 : 마지막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 사냥하는 배틀 로얄
- 우승자 혜택 : 나머지 인생을 가족과 함께 편히 살 수 있는 부 + 1년간 출신 구역의 식량
- 생존확률 : 1/24

 

 

수잔 콜린스. 1962 ~. 미국의 소설가


판엠, 북미대륙의 디스토피아

아마도 현재로부터 100년 정도 지났을 미래의 이야기이다. 북미 대륙은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멸망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판엠 Panem이라는 국가를 만든다. 판엠은 모든 부와 권력이 집중된 캐피톨 지역과 캐피톨의 지배를 받는 1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각구역은 지역 특성에 따라 특산물을 생산해서 캐피톨에 공급하지만 구역의 민중들은 겨우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다. 결국 쌓여있던 불만이 터지고 13개 구역은 반란을 일으키지만 압도적인 캐피톨의 과학기술과 군사력에 의해서 진압되고, 그 와중에 13구역은 가루가 되어 멸망한다.


반란을 성공적으로 진압한 후 캐피톨은 피지배자의 반란을 상기시키고 또다른 반란을 막기 위한 기념(본보기)으로 남은 열두 개 구역의 소년·소녀 중에서 남녀 각 한 명씩을 제비로 뽑아 헝거게임을 개최한다. 매해 24명의 아이들은 캐피톨이 만들어 놓은 경기장에서 다른 참가자(조공인)를 모두 죽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은 캐피톨이 12개 구역에 보내는 경고이다. 그리고 올해는 제74회 헝거게임이 열리는 해이다.

 

 

캣니스 에버딘. <헝거게임>의 주인공. 동생을 대신해서 헝거게임에 참가한다. 수렵, 채집 활동에 능하고 완벽에 가까운 활솜씨를 자랑한다.


확률의 배신

헝거게임의 참가자는 제비뽑기로 결정이 되는데, 좀 가슴아픈 룰이 있다. 각 구역의 모든 아이는 열두 살이 되면 추첨함에 제비를 하나 넣고, 이후 한 살씩 먹을 때마다 제비 한 개가 추가된다. 열여덟 살이 되면 아이 한 명당 이름이 적힌 제비 일곱 개가 추첨함에 들어 있다. 그런데 굶주림이 일상인 12구역에서는 제비 한 장을 추첨함에 추가하면 일 년을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얻을 수 있다. 우리의 주인공 캣니스 에버딘은 엄마와 동생 프림로즈를 부양하는 소녀가장이었고, 제비를 추가해서 가족을 부양할 수밖에 없었다. 추첨함에는 캣니스의 이름이 적힌 제비가 스무 장 들어 있다. 캣니스의 친구인 게일은 사정이 더 나빠서 마흔두 장이 들어 있다. 프림로즈는 이제 막 열두 살이 되어 이름이 적힌 제비가 딱 한 장뿐이다.


하지만 확률은 확률일 뿐. 수천 장의 제비 중에 뽑힐 확률이라고는 0.1%도 되지 않는 프림로즈의 이름이 뽑히고, 12구역의 헝거게임 대표로 프림로즈가 선발된다. 게임에 참가하자마자 바로 살해당할 것이 분명한 프림로즈를 보낼 수 없었던 캣니스는 동생 대신에 자원을 한다. 남자 대표는 피타 멜라크. 피타는 빵집 아들인데, 캣니스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엄마에게 얻어맞으면서도 무심한 척 캣니스에게 빵을 줘서 위기를 벗어나게 해 준 동네 소년이다. 캣니스는 피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후에 밝혀지지만 피타는 그때부터 캣니스를 좋아하고 있었다. 캣니스와 피타는 헤이미치 애버네시를 멘터(멘토)로 삼고 헝거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서 캐피톨로 출발한다. 헤이미치는 50주년 기념으로 24명의 두 배나 되는 48명이 참가한 헝거게임에서 우승했지만 지금은 술주정뱅이일 뿐이어서 전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피타 멜라크. 캣니스를 혼자서 짝사랑해 온 12구역 소년. 캣니스와 함께 헝거게임에 참가하게 되어 함께 살아남기 위해 분투한다. 그림과 은닉술이 뛰어 나고 힘이 세다.


오로지 생존하는 것이 정의

열여섯 살의 소녀와 소년이 주인공이다. 보통 이 나이대의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면 주인공의 성장이 소설의 주요 주제일 수 있는데 <헝거게임>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캣니스와 피타는 소설을 통해서 별다른 성장을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캣니스는 12구역에서부터 살기 위해서 평화유지군 몰래 금지된 구역인 울타리 밖에서 사냥과 채집을 하면서 살아왔고, 활은 백발백중을 자랑하는 명사수이기 때문에 헝거게임에 최적화되어 있는 인물이다. 피타 역시 빵집에서 익힌 그림 실력을 토대로 한 은신술에 능하며 힘은 모든 참가자 중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 준다. 두 주인공은 백퍼센트 살아 남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완성체로서 헝거게임에 참가하고 있다. 두 명은 헤이미치 이후 우승자를 내지 못한 12구역에서는 꽤 우승 확률이 높은 참가자들이고, 참가하기 전에 이미 완성체이다.


어떤 우여곡절을 겪든지 캣니스는 살아남을 것이 분명한데, 연인이 되어버린 (정확히는 그런 척하는) 피타는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 시합을 시작하자마다 많은 아이들이 순식간에 죽어 나가고, 참가자들은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참가자를 죽이기 위해서 애쓴다. 캣니스와 피타는 협력을 해서 살아남는다. 중간에 캐피톨은 같은 구역에서 참가한 남녀가 모두 생존하면 두 명을 우승자로 정하여 살아남을 수 있도록 룰을 바꾼다. 캣니스와 피타는 우승하는데 성공하지만 캐피톨은 둘만이 남는 순간, 새로 만든 룰을 폐지하고 단 한 명만이 우승자가 될 수 있다고 룰을 번복한다. 이제 두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할까? 우승자가 되기 위해서 상대방을 죽일 수 있을까?

 

판엠의 국기. 판엠은 북미 대륙에 건설된 국가로 12개(이전에 13개) 구역과 하나의 캐피톨로 이루어져 있다.


처절한 경쟁이 펼쳐지는 디스토피아. 그 속에서 보이는 현대인의 자화상

배틀 로얄은 가장 잔혹한 경쟁방식이다. 경쟁에 참가한 모든 사람을 물리친 단 한 사람만이 승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헝거게임>에서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배틀 로얄을 묘사했지만 이게 과연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헝거게임>은 미래를 빌려와서 현재를 묘사한 알레고리 가득한 SF 판타지 소설이다. 나는 소설 속에서 무한경쟁에 내팽겨쳐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봤다. 특히 최근의 이슈와 관련하여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구직자의 모습이 많이 투영되었다.


헝거게임의 참가자들은 구직자들로 생각해 보자. 사실 1대 24라면 (생명을 걸어야 한다는 부담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구직자들을 봤을 때 대단한 경쟁률도 아니다. 실제 구직자의 경쟁률은 <헝거게임> 경쟁률의 5~10배는 될테니까. 생존을 위해서 추첨함에 제비를 추가하는 것은 대학생활을 하면서 땡겨서 쓴 학자금대출처럼 느껴진다. 경쟁을 시작하면서 어떤 친구들은 이미 페널티를 얹고 시작한다. 같은 구역의 시민들은 부모님의 모습이다. 어떻게든 자식들이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기를 바란다. 캐피톨에서 이 경기를 구경하는 관람인들은 기득권 세력이다. 흙수저들의 절실함을 즐기며 그 중에 생존한 사람들을 칭송하면서 자신들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아량을 베푼다. 때로는 흙수저에서 살아남은 그들의 팬이 되기도 한다.하지만 그 일원이 되는 것은 철저히 차단한다. 기득권에게 참가자들은 그저 구경거리일 뿐이며, 그들과 대등한 존재로 인정해 주지는 않는다.


<헝거게임>에는 모든 경쟁 상황을 그대로 대입시켜서 읽을 수 있는 보편적인 플롯이 들어 있다. 읽다 보면 눈쌀이 찌푸릴 정도로 잔혹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현실은 그것보다 더 잔혹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 당장 다른 사람을 죽이지는 않지만 구조가 그대로라면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간접적으로 경쟁자를 죽이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고민을 해 볼 문제인 것 같다.

 

<헝거게임>은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혁명을 기대하며..

<헝거게임>은 3부작 소설이다. 뒤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어떻게든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한 캣니스와 피타, 결국은 캐피톨의 억압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열두 개 구역의 민중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 사회 구조에 큰 변함이 없다. 하지만 캣니스가 헝거게임의 마지막에서 한 선택이 혁명이 일어날 것 같은 단초를 제공했다. 캣니스가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사회를 바꿔나가는지, 아니면 사회를 바꾸는데 실패하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숨어 버리는지 살펴 보는 것도 앞으로 남은 두 권의 책을 읽는 재미가 될 것 같다.

 

판엠의 지도(팬픽). 오른쪽에 탄광이 주업인 12구역, 그 위에 멸망한 13구역이 보인다. 왼쪽 중앙에 스노우 대통령으로 보이는 백발의 노인이 서 있는 곳이 캐피톨이다.


★★★★

굉장히 재미있고,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 몰입해서 읽을만한 소설이다. 영화는 못 봤기 때문에 영화를 본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소설의 설정이 흥미롭고 현대의 경쟁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나름대로 해석을 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딱히 느슨해 지는 부분이 없어서 작품 내내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의외로 캐피톨의 관리가 허술한 부분이 꽤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통제가 완벽한 사회라고 해도 빈틈이 있기는 마련이니 문제가 되지는 않아 보인다. 번역된 문장도 좋아서 읽을 때 부담이 없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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