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범인 없는 살인의 밤 (개정판) -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일본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
마음이 닿으면 어떤 책이든 읽지만 일본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동안 읽었던 일본소설의 경험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일본소설은..
1. 자극적이고 참신한 소재로 금세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2. 호흡이 짧아서 읽기는 쉬운데 밀도가 낮다.
3. 중반까지는 흥미진진하지만 결말 부분이 허술하다.
4. 글로 쓴 만화책같다.
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참신한 소재와 짧은 호흡으로 중반까지는 몰입해서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중후반으로 가면 결말에 대한 부담감으로 무너져 버린다'고 할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런 나의 일본소설에 대한 오래된 편견을 바꿔줄 수 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 東野圭吾 (1958 ~ ) 일본의 소설가. 가장 인기있는 소설가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장편이 아니네?
두번째로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다. 이전에 읽은 책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상당히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소설이고 특이한 소재를 옴니버스식으로 잘 풀어내서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의 한 작품이 괜찮았으면 다른 작품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신뢰가 생기기 때문에 큰 고민없이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책을 골랐다. 책을 고를 때, 일부러 찾아서 보는 책이 아니면 정보를 미리 보지 않는 편이라 <범인없는 살인의 밤>도 어떤 정보도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은 장편소설이 아니라 단편소설집이었다. 첫 단편인 <작은 고의에 관한 이야기>가 끝이 날 때까지 몰랐다. 어.. 어.. 하는 순간 첫 번째 소설이 끝이 났다.

 

<범인없는 살인의 밤>은 일곱 개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일곱 개의 살인사건을 다룬 단편소설집
정확히는 모두 살인사건은 아니고 일곱 개의 죽음을 다룬 단편소설집이다. 어느날 가까운 사람이 죽는다. 살인사건도 있지만, 자살로 죽은 사람도 있고, 사고사로 죽은 사람도 있다.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다. 범인들은 살인사실을 감추려고 하지만 결국, 형사(또는 형사 역할을 하는 지인)에 의해서 이해할 수 없었던 죽음의 미스테리가 밝혀진다. 모든 개별 단편의 구성이 그렇다. 죽음 → 미스테리 → 반전 결말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이런 소설이라면 대체적으로 재미있을 것 같은데..

 

작가의 다른 작품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꽤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소설을 읽기 전에 기대가 컸다.
기대에 못 미친다


작가가 누구인지 밝힐 필요는 없겠지만 예전에 멋진 아이디어로 소설을 쓰는 외국의 소설가의 단편집을 읽고서 굉장히 실망한 적이 있다. 장편소설은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단편소설은 재미도 없었고 충격적인 반전을 주려고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 같았다. 확실히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은 같은 소설이라고 해도 작품을 구성하는 솜씨가 다른 것 같다. <범인없는 살인의 밤> 역시 그렇다.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쓴 소설이기 때문에 범인 또는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모든 개별 소설의 결말이다. 하지만 너무 헐겁다.


이 책은..
1. 추리가 너무 허술하다. 허술하다기보다는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별로 추리가 없다. 그렇다고 추리소설이 아니라고 하기엔 모든 소설이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2. 반전을 만들어 내기 위한 전개 내용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충격적인 반전을 만들어 내기 위해 중요한 정보들을 숨기고 마지막에 모든 정보를 보여 주며 결말을 짓는다.
3. 내용에 긴박감이 전혀 없다. 그냥 잔잔하다. 그렇다고 일부러 잔잔하게 쓴 것 같지도 않다.

 

읽는 내내 <명탐정 코난>이 오버랩됐다.


★★☆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페이지도 굉장히 빠르게 넘어간다. 이 책의 굉장히 큰 장점이다. 평소에 책 읽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큰 어려움없이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과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다. 다른 작품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분명히 실망할 것 같다. <명탐정 코난>의 재미없는 에피소드를 보는 느낌이다. <소년탐정 김전일>이 아니라 <명탐정 코난>이라고 하는 건 두 만화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프로필을 살펴 봤는데, 엄청난 다작을 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좋아서 하나 떠오르면 순식간에 한 권의 책을 써내는 작가일 것이다. 다작을 하는 작가는 개별 작품의 편차가 큰 경우가 많은데, <범인없는 살인의 밤>은 수작은 아닌 것 같다. 맨 처음에 적어 놓은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일본소설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지는 못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미리 평을 읽어 본 후 잘 골라서 읽어야 할 것 같다.


가볍게 시간 때우기 용으로 읽을 사람이라면 말릴 생각은 없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재미는 별로 없다.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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