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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민속기행 2 - 사라져가는 옛 삶의 기록, 최상일 PD의 신간민속 답사기
최상일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백두대간 민속기행>은 정말 좋은 책이어서 많은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단지 시골을 찾아다니며 생활상을 엿보는 범위를 넘어 시골에 터를 잡고 살아가고 계시는 할아버지,할머니들께 옛 삶의 이야기를 어르신들이 직접 겪은 시선 그대로 엿볼 수 있었던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역사 교과서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는 일제시대 전후, 광복이후, 6.25 이후의 삶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나는 <백두대간 민속기행>이란 책을 통해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조상들이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고생을 하셨으며,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처참할 정도로 많은 자원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의 할머니, 외할머니, 그리고 시댁의 시외할머니를 비롯한 친정어머니까지도 일제시대를 거쳤고, 광복과 6.25를 겪으신 분들이지만, 나의 주변분들께 들었던 이야기들은 정말이지 이 책의 내용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책의 내면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우리나라의 널리 알려진 여행지보다는 시골 구석구석을 간접 경험하고, 때론 책 속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은 나중에라도 직접 찾아다니며 나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르신들의 말씀 속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민속적이고 풍습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고생한 이야기, 억울한 이야기들이 많이 기억에 남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몇 백년 된 소나무를 일본이 무참히 베어갔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것도 산 전체의 소나무를 모조리 베어갔으며, 그 둘레가 어른 두 세명의 팔 둘레만큼 되었다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금산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금을 캐기 위해 몰려든 산골마을에 그 당시는 무려 1,500명이라는 사람이 살았다지만 지금은 30명 가량의 사람이 살고 있는 산골마을이 되어버린 이야기, 그리고 북한에서 기관차 운전을 하시던 할아버지 한 분은 6.25전쟁으로 인해 북한 고향에 처자식을 두고 이산가족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그 할아버지가 이산가족 되기까지와 기관차 운전하던 이야기, 가족과 헤어지는 과정이 소상히 담겨져 있었는데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할아버지의 사진을 보니 아주 핸섬한 모습을 지니셨기에 젊은 시절에는 얼마나 멋쟁이셨을까? 생각되었다.
책 속 내용의 상황설명은 나레이션처럼 전개가 되고 어르신들과 저자의 대화체는 어르신의 사투리가 그대로 전해지게끔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다. 나는 경상도 사투리를 듣고, 쓰며 자란덕에 표준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말씀들을 더욱 실감나게 전해 듣지 않았나 생각된다. 비록 강원도 사투리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백두대간 민속기행>을 읽으니 마치 내가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어른신들을 만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생생함이 느껴진다. 내가 읽은 <백두대간 민속기행 2>는 태백산에서 대관령까지, 진고개에서 진부령까지 지명으로 설명하자면 강원도, 경상북도와 강원도의 경계지점, 강릉시, 태백시 주변의 이야기이다. 나의 연고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의 이야기들이었음에도 너무 유익한 시간들이었는데 그건 아마도 사라져가는 옛 삶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