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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자격 시험 - 나는 우리 아빠가 제일 좋아
이시하라 소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시오미 토시유키 감수 / 거름 / 2010년 5월
평점 :
[아빠 자격 시험]이라고 칭하기에는 너무 거창할 수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자녀와 현명하게 대화를 이끌어 내는 법, 자녀나 부인에게 상처주지 않고 대처하는 법, 혹은 사회에서 같은 직장인이나 이웃간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까지 제시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된 책입니다. 흔히 ’’아’ 다르고 ’어’ 다르다’며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을 기분좋게 할 수도 기분을 상하게 할 수 도 있는 것이 말이니까요. 부부사이에서도 그런 사소한 말 한마디가 원인이 되어 싸움이 날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사춘기 자녀와 부모간에도 무뚝뚝한 대답이나 성의없는 대화에서 상처받는 횟수도 늘어남을 느낍니다.
[아빠 자격 시험]은 아이와 공부, 아이와 학교, 아이와 친구, 아이와 훈계, 아이와 사회,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어른으로서 등 8가지 주제로 나누어 마치 잡지의 심리테스트와 같은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볼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문제에 대한 답을 선택하면 그 답에 대해 ◎ , Δ, × 등으로 점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을 옆 페이지에 설명하고 있답니다. 또한, 전문가의 의견을 파란색 글씨 또는 어드바이스 상자에 담고 있어 결코 저자의 주관적인 내용을 다룬 책이 아니기에 더욱 신뢰가 갑니다.
[아빠 자격 시험]에서는 주제별로 10문항씩 총 80문항의 상황이 문제로 제시되며, 주제가 끝날 때 마다 현재 자신의 아버지로서의 역할이 어느 정도인지 점수표로 알아볼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베테랑 아빠의 아버지 교실>의 코너를 두어 각 주제별 알아두어야 할 핵심 내용을 잘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아빠를 위한 책이긴 하지만, 엄마인 내가 읽으면서 도움된 내용도 참 많았답니다. 솔직히 아빠의 자격을 갖추는 만큼보다 어머니의 자격을 갖추기가 더욱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자녀교육을 부부보다는 엄마의 역할로 기우는 가정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 자격 시험]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책입니다. 물론 아빠의 역할을 다루고 있는 책은 그리 많지 않기에 아빠를 위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 책이기도 하구요.
제가 읽으면서 알쏭달쏭 헤맸던 본문을 몇 문제 소개할까 합니다.
<제2장 아이와 학교 중에서>
아이가 계주 대표로 나가지 못했을 때
매년 계주 선수로 선발되었던 초등학교 5학년생인 아들아이. 올해 아이의 반에는 발빠른 아이들이 많았는지 선수로 뽑히지 못했다. "운동회 같은 거, 가고 싶지 않아......." 하며 될 때로 되라는 식의 불평을 하고 있는데,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
1. "그런 말 하지 마렴. 연습하면 다시 나갈 수 있을 거야." - Δ
2. "계주에 나가든지 안 나가든지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거야." - Δ
3. "가기 싫으면 가지 마라! 학교도 두 번 다신 가지 마!" - ×
(요건 저역시 감정적인 아들에게 똑같이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는 답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4. "아빠도 속상하지만, 계주에 나갈 수 있는 인원은 정해져 있는 거니까 어쩔 수 없잖니." - ◎
(전 이답은 좋은 답 같으면서도 뭔가 아이에게는 힘이 되주는 답이 아닌 것 같아 애매했던 문장이라 생각했었답니다. 전문가 답변은 함께 안타까워하는 것이 자각과 회복을 북돋아주는 지름길입니다. 라고 설명하네요. 결국 부모도 너와 같이 안타깝다는 마음을 표현하면 된다는 이야기이니 1.2번 답변에도 ’나도 속상하네, 그렇지만...’과 같은 말을 포함하면 좋은 답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5장 아이와 사회 중에서>
명예퇴직에 관해 물었을 때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가 저녁 식탁에서 "00네 아빠가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당했대"라며 말을 꺼냈다. "왜 명예퇴직 같은 걸 하는 거야?"하고 물어오는 딸에게 어떤 대답을 해주어야 좋을까?
1. "00네에겐 큰일이긴 하지만, 회사에는 회사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거야."
2.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있단다."
3. "그렇구나. 하지만 분명히 다시 새로운 직장을 찾아 일하실 수 있을 거야."
4. "아빠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단다."
-> 에구 어떤 답이 명쾌한 답인지 알쏭달쏭 했던 문제입니다. 3번이라 하기에는 너무 위로같은 대답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3번이 좋은 답이라네요.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무엇보다 먼저 ’운이 나빴던 것뿐’이라고 한 다음, 3번과 같이 긍정적인 아야기를 해두는 편이 좋다고 합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친구의 아버지가 명예퇴직을 당해서 나름 쇼크를 받은 딸아이를 위로하는 상황이라는데 전 솔직히 소크보다는 명예퇴직에 대해 궁금한다는 것으로 문제를 이해했네요. 솔직히, 4가지 보기가 지금 현실에서는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데 자녀에게는 어떤 말을 해야하는지를 판단하기가 무척 어려웠던 문제입니다. 역시 부모 자격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문제였어요.
<제7장 남편으로서 중에서>
아내의 옛 애인을 만났을 때
초등학교 4학년생인 아이의 운동회에 갔는데, 아내가 모르는 남성과 "어머, 오랜만이야!"라며 재회에 반가워하고 있다. 나중에 들으니 고등학교 때 만났던 친구였다고 한다. 아내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1. "아, 그렇군"하고 무관심을 가장한다.
2. "설마 불륜 같은 길로 빠지는 건 아니겠지?" 하고 못을 박는다.
3. "옛날이랑 많이 달라졌어?"하고 아내에게 흥미를 보인다.
4. "뭐야, 그렇게 촌스런 남자랑 사귀었던 거야?"하고 상대를 깎아내린다.
참, 개인적으로는 남편의 반응이 무척 궁금해지는 문제이기도 했거니와, 이런 상황에서 어떤 반응이건 말싸움이 될만한 소지가 다분한 보기였던 것 같습니다. 1번은 무관심하기에는 아내입장에서는 섭섭할 것 같고, 2번은 왠지 기분 나쁜 대답이고, 3번은 왠지 아내의 마음을 시험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 4번은 예전에는 안 그랬어라고 답하기엔 뭔가 편드는 듯한 느낌이고 가만히 듣고 넘기기에는 뭔가 찜찜하고 여하튼 하나같이 애매해 보이는 보기들이라 여겨졌답니다.
가장 좋은 답변은 1번-무관심이라고 하네요. 살짝 기우뚱 고개가 기울여지는 답변이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지금은 내가 최고지?"와 같은 위트있는 말로 넘기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