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손아람 지음 / 들녘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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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나아가 문학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대체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용산참사의 진행과정에서 들끓었던 분노를 잠시나마 누그려트려 준 책. 이 책이 주는 매세지는 분명하다. '법대로' 한다면 용산참사의 죄는 국가가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거민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검사와 판사의 눈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질서는 중요하다'는 되먹임만 계속할 뿐이다.  

"국가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 있습니까? 국가의 손을 잡아본 적 있습니까? 아니면 국가의 심장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두 변호사님은 국가란 적과 싸우시나 봅니다. 하지만 그건 실체가 없는 적이요. 적의 이미지만 있고 실체는 없을 때 증오는 발산되기 마련이지. 한때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마녀를 잡지 않았소? 마녀의 실체가 없었기에 그렇게 많은 마녀를 잡을 수 있었던 거지."171쪽  

 맞다. 두리뭉실할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누군가를 고발해야 한다. 도덕적이지 않은 상대와 싸우는데는 몇갑절의 분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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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반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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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가필만 안했어도 샀을텐데... 유시민과 노무현은 다르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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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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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서 누굴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아직도 살아있느냐'며 힐난을 한다면? 

길을 걷는데 누군가가 '어딜 고갤 빳빳이 들고 다니냐?'며 질타를 한다면? 

당신의 기분은 어떨까? 

'온국민이 거짓말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어린이집 수준의 소박한 바람을 밝혔던 어떤 이는 자신의 비리와 횡령에 대해선 반성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재벌의 치부를 드러냈던 한 인물은, 살아가는 것 자체에 대한 모독을 당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다. 

삼성을 생각하자는 것은, 단순히 구체적인 대상으로서의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생츄어리'를 고민하자는 제안인 셈이다. 단지 삼성제품을 많이 쓰고 있을 뿐이 우리 국민들이 삼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외경심은, 그것 자체로 문화적 특이성을 지닌다. 우리는 그 삼성이 더욱 착해지기도, 나아가 선해지기도 바라지 않는다. 때론 비리를 저지르고 대를 이어 부를 승계해도 '세계 1등'만 하길 기원한다. 

그런 점에서 승리를 위해 반칙을 저지른 안톤 오노의 모습이나 죄값을 정당하게 치르지 않고 사회에 나온 이건희의 모습이나 무엇이 다른가? 

김용철 변호사의 책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내가 삼성에 다니고 있는 대학 동기나 후배에 대해 가지고 있는 터럭같은 부러움때문이었다.  

나아가, 10년 전 사둔 부동산이 배 이상 올랐다는 선배의 말을 들으며 부러워했던 모습과 6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영어회화를 한다는 친구 딸내미를 부러워했던 모습이었다.  <삼성을 생각한다>는 결국 '나를 생각한다'의 다른 말이다. 어쩌면, 이제 삼성을 말하지 않고, 삼성을 떠올리지 않으며 살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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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들 - 작가의 길을 묻는 28통의 편지
베르나르 앙리 레비&미셸 우엘벡 지음, 변광배 옮김 / 프로네시스(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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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레비와 우엘벡이라니.. 

놀랍다고들 하지만, 이처럼 영리한 매치가 어디에 있을까.  책을 팔기 위한 출판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 둘의 조합은 그야말로 행복하고 따라서, 이 책을 사게끔 만드는 인력은 어느때보다 강하다.  

우엘벡과 앙리-레비가 묻는다. "왜 우리는 프랑스에서 존중받지 못하는가?" 

그리고 답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프랑스는 지금의 프랑스와는 다른 곳이다." 사르트르가 있었고, 까뮈가 있었던, 그리고 졸라가 가능했던 프랑스가 아니라고 말이다. 

프랑스에 있는 지인의 말에 따르면, 사르코지 이후 프랑스의 가장 급격한 변화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급격히 상업화는 문화와 이와 함께 팽창해나가는 문화보수주의라고 한다. 단적으로 문화적 똘레랑스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 

우파 아나키스트(아직도 이 포지션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는 우엘벡과 신철학의 기수 중도 좌파 앙리-레비(프랑스의 진보는 우리식으로는 개혁주의 쯤 된다고 한다)는 시종 투덜 투덜된다.  

합의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서의 대화.  

뒷부분은 지루한데, 서로 센말(난 당신이 싫다, 당신은 왜 이리 위선적이냐는 식의)을 여유롭게 주고받는 모습은 흥미롭다. 짠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그 정도의 솔직함은 정말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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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은 무너졌다
자크 사피르 지음, 박수현 옮김, 김병권 한국판 보론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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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제학자 특유의 유머가 돋보이는 경제서. 브레튼 우즈 체제 이후의 중심축-통화주의-이 2007~8년 경제위기로 붕괴했다고 선언한다.  

이 책이 그간 다른 경제위기 분석서하고 다른 점은, 러시아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후의 인용문에서도 길게 적어놓았지만, 소위 포스트-민주주의에 대한 지점들이 그것이다. 

우리의 시각이 기껏어야 영어권 국가를 넘어서지 못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책은 러시아의 새로운 민주주의 구축이라는 대외적 용어를 소개했다는 사실이다.

 <활용을 위한 인용>


"'약탈자'라는 용어는 가치 판단이 아니라 팩트의 관찰을 담고 있는 용어다. 진정한 국제 무역 자유화는 각국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수를 확대하는 정책을 조정할 수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만약 어떤 국가가 의도적으로 소비를 억제한다면 이 국가의 발전 전략은 해외시장에서 자국 상품의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밖에 없다. 또 여러 국가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사고할 경우 그 결과는 이들 국가의 정책을 모방하지 않는 국가들에서 디플레이션과 고용 파괴로 나타난다."(100) 
  
 
푸틴의 2007년 2월 독일 뮌헨 국제안보정책회의 연설 중
 
"나는 현대 세계에서 일극 체제는 용인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이는 일국 리더 체제에서 현대 세계가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수단이 부족하기 땜누만이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현대 세계의 '현대'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싶다. 어쨌든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유는 일극 체제는 어떤 경우에도 현대 문명의 도덕적, 윤리적 기초에 기댈 수 없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180)

"따라서 주권의 개념은 단지 외세 개입에 대한 반대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껍데기만 남은 공허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내부 사회 세력에 대한 저항의 맥락에서 구축된다. 그러므로 주권 개념을 오직 국민국가와 다른 국제관계 행위자들간의 관계의 맥락에서 해석하는 것은 명백한 실수이며 이치에 맞지 않는다. 수르코프에 따르면 주권은 단순한 규칙과 절차의 준수를 넘어 민중에 의한 정치권력의 실질적 행사와 관련이 있다. 수르코프의 주권 개념에서 핵심은 바로 권력의 비대칭성 문제다."(188) www.edinros.ru / kokoshin, sovereign democracy
 
<자연법의 위험한 논리적 약점>
"'개입 원칙'의 옹호자들은 인권을 법의 상위 개념으로 제시함으로써 국제법과 특히 유엔 헌장이 담고 있는 주권 존중 의무를 우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인권을 자연법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이유도 바로 이때문이다. 자연법 이론은 아다시피 유럽에서 등장한 매우 오래된 이론이며, 명백히 특정한 문화적, 종교적 맥락에서 탄생했다. 자연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자연이 완성된 형태로 이미 존재하는 불변의 어떤 것인가 아니면 문화의 산물, 즉 인간의 사회적 존재의 산물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 전자의 핵서이 옳다고 생각하든 후자의 해석이 옳다고 생각하든, 자연법 이론은 사실 보편 이론과는 거리가 멀며, 서유럽 문화의 특수성에 깊히 뿌리박혀 있다. 진정한 보편타당성의 추구는 자연법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자연법 이론은 필연적으로 비유럽 문화를 잠재적으로 '야만적인' 문화로 간주하는 결과를 낳으며, 특수한 것을 보편적인 가치로 강제하기 위한 문화적, 군사적 폭력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201)
 

" 사회는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자유로운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한된 합리성과 개인의 인지적, 해석적 한계는 이 사회의 가능한 한 최선의 작동을 보장하는 특별하고 근본적인 규범을 암시한다. 이 규범은 각 개인의 발전에 선행하는 조건으로 기능적인 '협의', 즉 해당 맥락에 고유한 일시적인 구성물이 아니다. 이 규범은 우리의 추론 능력, 인간을 두러싸고 있느느 환경이 발산하는 신호를 계산하고 처리하는 능력에 고유한 제약에서 유래한다. 이규범들은 인간 행위의 산물인 협의와 다른 타협보다 상위 차원의 기능적인 필요성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 규범들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 규범들은 이 같은 사회 내에서 표현된다는 점에서 상위의 추상 차원에 위치한다."(204)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과 유사한, 민주주의적 질서 법의 근거 3원칙?
 
"첫째, 책임의 원칙: 누구도 어떤 재화나 권력의 통제로 야기된 행위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는 그 재화나 권력의 통제를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소유권의 경우처럼 모든 구성원이 어떤 재화나 권력에 대해 단 1인의 통제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이 사람이 모두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비결정의 원칙: 누구도 사회 구성원들간의 조정 양식을 홀로 결정할 수 없으며 해당 사회의 특정 구성원들이나 특정 방식을 이양식으로부터 배제할 수 없다. 수단간, 개인간 차별이 존재할 수 없으며, 따라서 사회적 선택이 미리 결정될 수도 없다. 어떤 사회적, 정치적 질서도 윤리적, 문화적, 종교적, 성적, 또는 그 밖의 차이에 기초할 수 없다.
셋째, 비분리의 원칙: 누구도 위의 두원칙에서 유래하는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에서 배제될 수 없으며, 이 결정들에 참여할 기회가 해당 구성원이 사전에 저지른 행위의 결과 때문이 아닌 다른 어떤 이유로도 제한될 수 없다."(205)
 
"또 정보의 비대칭성을 인정하고 정보가 인간의 상호작용에서 내생적으로 생산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는 것은 제도의 출현이 어떤 '필요'에 의해 직접적으로 야기된 결과라고 보는 '자생주의적' 시각을 근본적으로 버리는 것이다."(207)
-> 구제도학파가 주장하는 제도를 사회적 투쟁의 결과라고 보는 시각에 대한 비판
 
" 그런데 개입의 합리성은 주권의 일시적인 정지로 이해된다. 따라서 개입의 합리성은 방어하기 어려운 개념이 된다. 만약 즉각적으로 고통을 완화하는 게 개입의 유일한 목적이라면 개입은 영속될 위험이 있다. 개입이 고통의 원인에 대한 제도적 해법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입은 항구적인 행위가 된다. 만약 개입의 목적이 즉각적인 원조를 넘어 애포에 개입의 명분이었던 고통의 원인의 재생산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제시하는 것이라면 개입은 이제도의 정당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도를 제시하는 개입은 애초부터 주권침해행위이며, 제도의 정당화와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의 중단이기 땜누에 해당 제도의 정착 가능성은 극히 불확실해진다. 따라서 개입이 장기에 걸쳐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다."(208-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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