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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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서 누굴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아직도 살아있느냐'며 힐난을 한다면? 

길을 걷는데 누군가가 '어딜 고갤 빳빳이 들고 다니냐?'며 질타를 한다면? 

당신의 기분은 어떨까? 

'온국민이 거짓말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어린이집 수준의 소박한 바람을 밝혔던 어떤 이는 자신의 비리와 횡령에 대해선 반성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재벌의 치부를 드러냈던 한 인물은, 살아가는 것 자체에 대한 모독을 당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다. 

삼성을 생각하자는 것은, 단순히 구체적인 대상으로서의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생츄어리'를 고민하자는 제안인 셈이다. 단지 삼성제품을 많이 쓰고 있을 뿐이 우리 국민들이 삼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외경심은, 그것 자체로 문화적 특이성을 지닌다. 우리는 그 삼성이 더욱 착해지기도, 나아가 선해지기도 바라지 않는다. 때론 비리를 저지르고 대를 이어 부를 승계해도 '세계 1등'만 하길 기원한다. 

그런 점에서 승리를 위해 반칙을 저지른 안톤 오노의 모습이나 죄값을 정당하게 치르지 않고 사회에 나온 이건희의 모습이나 무엇이 다른가? 

김용철 변호사의 책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내가 삼성에 다니고 있는 대학 동기나 후배에 대해 가지고 있는 터럭같은 부러움때문이었다.  

나아가, 10년 전 사둔 부동산이 배 이상 올랐다는 선배의 말을 들으며 부러워했던 모습과 6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영어회화를 한다는 친구 딸내미를 부러워했던 모습이었다.  <삼성을 생각한다>는 결국 '나를 생각한다'의 다른 말이다. 어쩌면, 이제 삼성을 말하지 않고, 삼성을 떠올리지 않으며 살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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