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아쉬웠던 점이라면 영국 여행에서 돌아와서 읽었다는 것이다. 가기 전에 읽었더라면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에서 터너 그림도 좀 더 열심히 보고 유명한 그림이 없다며 안 갔던 테이트 브리튼도 들러서 콘스타블 그림도 보며 둘을 비교해 봤을텐데! 다음에 갈 땐 테이트 브리튼을 꼭 가봐야겠다. 옥스포드는 자주 갔지만 케임브리지는 한 번도 안가봤기에 한 번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영국을 사랑하는 사람이 쓴 여행기라서 읽으면서 영국에 자주 가야하는 걸 투덜거리면서 뚱하게 있었던 나를 반성하게끔 했다. 예전엔 박물관에 가면 영감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은 이렇게 인문학 미학 이야기를 함께 공부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터너의 (이를테면) 야비한 성정 이야기와 버지니아 울프의 말년 이야기, 블룸즈버리 그룹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다.
미드 <브레이킹 배드>를 보고 스핀오프인 <베러 콜 사울>을 시작할 때 비슷한 결일거라 생각하며 “대체 언제 흥미진진해질거냐?!” 기다렸다. 그런데 시즌 3까지 봤을 때 어느 리뷰에서 이건 희대의 로맨스다, 라는 코멘트를 보고 마음가짐을 달리하고 보니 <베러 콜 사울>이 명작이 되었다. 이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로 전편 <스파이 코스트>의 스펙타클함을 기대하며 실망을 거듭하며 중반부까지 루즈하게 읽었으나 이건 전작과는 아예 다른 결이다, 를 깨달으니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이번 작품은 은퇴한 스파이들의 모임인 마티니 클럽의 우당쾅쾅 사건해결이야기! 이제 더 이상 국경을 휘젓고 다니며 목숨을 거는 임무는 맡지 않지만 마을에 놀러온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쳐 모으는 마음의 크기는 젊을 때 맡은 임무만큼 크다. 처음엔 모든 제안을 거절한던 조가 이젠 위스키며 음식을 넙죽넙죽 잘 받아 먹게 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 나도 마티니 클럽에 초대 받아서 맛있는 요리와 술 대접 받고 싶다 ㅎㅎ
판타지와 SF 사이 그 어디엔가 있는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루루펠이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게끔 하는 아주 이상하고 아름다운 동화이기도 하다. 단편들 중간에 이야기들을 이어주는 얇은 연결고리도 재미있는데 언급되지 않은 공백 또한 상상하기 즐겁다.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빨리 넘기고 싶은데 책을 끝내고 싶지 않아서 망설이다 후다닥 읽고 또 덮어놓고의 연속이었지만 이틀만에 끝냈다. 영생을 사는 록이 다른 록을 만드는 이유가.. ㅠㅠ (말줄임)
1막은 사실 어찌 보면 그저그런 본격 미스터리다. 1막만이라면 이런 소설도 출간되는군 그럴 수 있지 하며 끝냈을 수 있지만 2막에서 양상이 조금 달라진다. 따뜻한 결말도, 연대하는 여성의이야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oo기 위한 살인이 아니라 xx기 위한 살인이었다는 트위스트가 재미있었다. 1막이 물음표로 마무리 되었다면 2막은 느낌표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