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xxx의 xxx 입니다.
페이퍼를 쓰려는데 위와 같은 멘트를 버릇처럼 적다 말았다. 일을 얼마나 했다고 이렇게 버릇이 들어버렸는지 우습다. 페이스북에 그렇게 자기 회사 욕을 하는 친구가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러니 이제 'New'에 그 친구의 글이 떠도 의식적으로 외면해버리고 만다. 그 이유가 뭔지 아니까 나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는 글은 지양하고자 하지만 마음이 어두우니 어쩔 수 없다. 소일거리로 서재를 돌아다니다가 내 글을 읽고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미리 사과한다. 미안~
얼마 전 나는 '빅피처'라는 책을 선물받았다. 더글라스 케네디? 서점을 한 번 돌아본 사람이라면 이 사람의 이름을 모를리가 없을 정도로 이 사람은 유명하다. 어찌나 광고를 때려댔는지 신간체크 아예 안하는 나도 '빅피처'라는 제목을 듣고 기괴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 서있는 표지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노출되었던 책이다. 출근길에 읽기 위해 가방에 넣어왔는데, 마침 친구가 너 '빅피처 읽었어?'라고 카톡이 올 정도로 한국 어디에서나, 누구에게서나 발견할 수 있는 책이었다.
빅피처가 뭘까? 'Big Picture'다. 빅 픽쳐도 아니고 빅피처가 뭐지,, 어쩐지 빅퓨처나 빅피쉬로 각인되어있는 제목이다. 게다가 더글라스와 케네디라니.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함 이름과 성의 조합.
그렇게 별 기대 없이 책을 집어 들었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재밌었다. 울기도 했다.
그만 쓰고 싶어진다. 난 책얘기를 하고 싶었던게 아니라 내얘길 하고 싶었는데 자꾸 책얘길 하게 된다. 내 얘길 하고 싶었는데 이게 할 수가 없으니까 책얘기로 새고, 책얘길 하기 싫으니까 아예 페이퍼를 쓰는 것 자체가 싫어지는 내마음. 너는 아니?
주인공이 회사 창문 너머로 뛰어내리고 싶을 때 나 역시도 그러고 싶었다. 부쩍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주인공이 지긋지긋한 삶에서 벗어나는 순간 다시 그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할 때 난 내가 삶을 지겨워하고 있단 걸 깨닫고 울었다. 지금 벗어나고 싶어서 발버둥치는 이 삶을 벗어나도 또다른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걸 주인공을 통해 볼 수 있어서 울었다. '기다림'의 즐거움이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나는 계속 살아갈 것이다. 고기를 먹은 후 죄책감을 느끼면서, 과거를 사랑하면서, 재미없을 게 뻔한 미래를 그래도 기다리면서, 죽음을 생각하는 나 자신을 인지하면서, 친구에게 가끔은 이렇게 내가 너의 삶의 낙이 되어 주겠다고 말하면서,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우러러보면서, 내가 성취해낸 것을 무시하면서, 그럼에도 내게 주어진 것엔 감사하면서, 술에 취해야 웃을 수 있는 나 자신을 너무 비난하지 않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술마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