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는게 어떤건지. 밤새도록 잠을 못이루며 그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 이 문장을 만들어봤다가, 저 문장을 만들어봤다가 그렇게 아침이 오고 까페에 가면 오른쪽에서 들리는 문소리에 수십번 실망하고 또 기대하며 그 사람이 오는 쪽을 바라본다. 그래서 막상 그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르며 들어오면, 나는 그대로 얼어 붙어서 몇번이나 소리내어 연습했던 말을 까먹고. 그나마 그 사람이 묻는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그 사람을 보낸다. 그러고 나선 또 밤새도록 뭐라도 대답했어야 하는지 계속해서 도돌이표 하고.
[엘 시크레토]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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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에서 남자는 머릿속에 여자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있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건넬 말을 세시간이나 생각해보지만, 결국 그녀의 얼굴을 맞닥뜨리고 나면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는 그녀를 보자마자 천사가 온 줄 알았다는 멘트를 한다. 남자는 그에게 묻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나는 몇시간을 준비해도 말할 수 없는데, 너는 어떻게 그녀를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고. 그러자 그가 대답한다.
"당연하지.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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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님의 페이퍼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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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페이퍼를 보고 나서 영화를 봐서 그런가, 사실 이 영화를 볼 때 난 이 사람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볼 때마다 난 이 장면이 계속해서 생각난다. 그 사람이 까페 문을 열고 들어 와서 내게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며 'Save me'라고 할 때 난 'Americano can't save you, but i can.' 라고 한다던가, 'don't pretend to be an angel'이라고 할 때 'yes, i am the angel. your gaurdian angel to save you.'라고 한다던가. 너무 느끼한가. 어쨌든 여러 옵션의 대답들이 그 당시에는 생각이 안나고 그 사람이 등을 보이며 인사를 하고 사라진 후에 계속해서 날 괴롭힌다는 거다.
그 사람과 하루만 함께 저녁 먹고 놀았으면 바랄 게 없겠다는 욕심은 현실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욱 더 기다리고, 더욱 더 욕심낸다. 영화 속의 남자와 여자는 도대체 25년을 어떻게 기다렸을까. 그 욕심과 그 기다림과 그 체념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