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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이 너무 잘 풀리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아 룰루랄라 신나게 쇼핑을 하고,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영화 [인셉션]도 괜히 혼자 가서 봐주고 영화관 밖의 빛이 눈부셔 나는누구인가여긴어디인가 하며 집으로 달려들어와 인셉션을 추천해 주었던 친구를 전화로 마구 깨워 얘기하다가 멍때리다가 웃다가 기분좋게 하루를 마감했다.  

하지만 이 곳 생활이 늘... 그래 왔듯,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형편에 맞지 않는 쇼핑과 빚으로 인해 캐나다 통장 잔고, 한국 통장 잔고는 모두 바닥을 보이며 파이낸셜리 심각한 상황인데다가 잘 풀리는 줄 알았던 일은 역시나 어려운 일이었고, [인셉션]의 여파는 상당히 커서 시도 때도 없이 날 망상 속으로 끌어내린다. 게다가.. 피곤하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눈이 충혈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아무래도 투잡은 무리.. org 내일도 일해야 하는데 또 안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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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서울에서 평일 낮에 영화를 보는데 영화관을 꽉 채운 관객들을 보며 황당했었다. 돈을 버는 종족과 돈을 쓰는 종족은 다른 것인가? 이곳의 영화표에는 좌석이 지정되지 않아서 들어갈 때 아무데나 앉는거냐고 물어봤다가 일하는 친구가 완전 어이없게 쳐다보면서 당연히 너 앉고 싶은데 앉는거잖아, 라고 해서 면팔렸다;;;  생각해보니 호주에서 영화볼 때도 아무렇게나 앉았었던듯. 게다가 한 200석은 되는 영화관에 관객이 10명도 없으니 지정석이 무의미하기도 하다. 이놈의 나라가 그렇다. 다 넓고 크고 많은데, 사람이 없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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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어떡해.. 벗어날 수가 없다. 이렇게 아드레날린 치수를 자극하는 영화도 오랜만에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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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하는 코워커들 중에서 뒷다마, 잔소리, 고자질 삼종세트를 모두 갖춘 친구가 있는데 나도 한동안 시달리다가 이제서야 조금 사이가 좋아졌다. 근데 이 친구 인생이 참 대단하다. 다른건 차치하고서라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결혼식 이야기였는데, 결혼식에 400만원밖에 안들었단다. 그 중에서 드레스만 100만원 정도. 우리나라에선 평균 4000만원이라고 알고 있는데, 댄스 파티도 없고, 1시간만에 빨리 끝내야 하고, 밥도 맛없다!!!!! 고 불평했지만 나라고 뭐 그 친구처럼 별다른 결혼을 할 것 같지는 않다. ㅎㅎ 일단 성당에서 했고, 부케와 꽃장식은 아는 집을 통해서 싸게, 사진 촬영도 아는 친구를 통해서 싸게, 음식은 간단하게 준비했고 술만 넉넉히 준비, 허니문은 생략, 음악도 성당에서 준비. 케익은 엄마가 만들고.  

누군가는 일생에 한 번 있는 결혼식이니 호화롭게 하고 싶다고 하지만, 이 친구는 오히려 일생에 한 번 있는 결혼식이니 지인들과 행복한 시간을 오래도록 보내는 게 중요하지 쓸 데 없는데 돈 쓰는게 뭐가 중요하냐고 했다. 이 친구는 뚱뚱하고 무뚝뚝하고 성격도 별로다. 하지만 모두가 싫어하는 이 친구가 난 왠지 좋다. 게다가 그녀의 남편은 9살 연하의 미남. 만난지 3년, 결혼한지 1년 반인데 아직도 목욕물을 받아주고 꽃으로 이 친구를 감동시켜준다고 한다. 성공한 인생 별거 있나? 서른셋의 나이에 요거트 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다고 다 루저는 아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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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라는 관점을 조금만 넓히면, 사는게 즐겁다. 괴롭고 스트레스 받고 짜증나고 좌절해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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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철서의 우리]! 벌써 中 다 읽었다. 이제 下권 한권 남았다. 읽고 싶어 죽겠는데 떨려서 읽지를 못하겠다. 이제 이거 한 권 다 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nothing.........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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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8-13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의 행복...
뽀겟님의 이 글을 읽고 나니 왠지 마음이 푸근,흐뭇해지네요. 감사합니다.^^

Forgettable. 2010-08-13 18:44   좋아요 0 | URL
하하하 잘 읽어주시니 제가 더 기분이 좋아요.

어쩌죠. 저 낼 일찍 일 나가는데 아직도 잠을 못이루고 있어요. ㅠㅠ 일찍이래봤자.. 11시지만... ㅎㅎㅎ 이래저래 소소한 변화들이 많아서 스트레스도 많고 재미도 많고 그런 일상입니다.

LAYLA 2010-08-13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요 재미있게 살아야 하는건데 맨날 그걸 까먹어서 탈이에요 >_<

2010-08-14 0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8-16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욕에 갔을때 극장에서 [판타스틱4]를 봤는데요, 평일이라 그런지 극장안에 관객이 나를 포함 열명도 안됐었어요. 그런데 음 아무리 평일이라도 그렇지 열명도 안되가지고 극장 운영이 될까요? 매번 박스오피스 1위 어쩌고 하면서 영화들을 광고하던데, 대체 그런 영화들을 사람들은 언제 본다는 걸까요? 판타스틱4를 유독 사람들이 안본걸까요? 갑자기 이 페이퍼를 보니까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저랑 제친구가 한 팀, 그리고 청소년 남자아이들 네명이 한팀. 그게 관객의 전부였어요. 아니 그런데 뽀,

투 잡 합니까? 그래가지고야 어디 얼마전처럼 새벽까지 맥주마시고 이런 생활이 가능하겠어요? 아니 그보다, 투잡하면서도 돈이 없으면 어떡해요! 맥북은? 응?

Forgettable. 2010-08-27 13:22   좋아요 0 | URL
얘네는 번역 안해도 되고 수입도 안해도 되고 뭐 그렇잖아여. ㅋㅋㅋ 글고 영화표가 좀 비싼듯. 저녁이나 주말에요. 불법다운로드도 우리나라보다 넘 느려서 차라리 dvd 사는게 나을듯 ㅋㅋㅋ

투잡 못할 것 같아요. 그냥 산책이나 하고 책이나 보고 여유롭게 지낼라고요. 아이팟으로도 포스팅 할 수 있으니깐 맥북은 당분간 포기ㅋㅋ 놀러나 다니고 해야지. ㅋㅋ 일 그렇게 많이 안하는데도 피곤해요.. 맨날 놀 날만 기다리고 ㅋㅋ 

2010-08-22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인셉션 두 번이나 봤어요 ㅎㅎ 서울에서 혼자 보고, 집에 내려가서 가족들과 또 보고... 브리태니커가 꽂혀있는 고상한 명작 카테고리 책장에 꽂아두기는 남들 시선에 좀 주저하게 되지만, 아무튼 남 신경 안 쓰고 재밌게 보았고 또 보고 싶은 명작 카테고리 책장에는 고민없이 올려둘 수 있는 영화인 듯 해요.
사는 게 재밌고 짜릿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 그렇게 대범해지기 위해서는 객기가 상당히 충전되어야 하더라구요. 집에서 고기 실컷 먹고, 공기 좋은 시골을 거닐고(땡볕은 좀 따가웠지만... 덕분에 피부가 노출 1 스탑은 낮춘 것처럼 타버렸네요-_-), 가족들과 함께하다 보니 그 객기가 많이 충전되서 내일부터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전 연비가 무척 나빠서 이번 주말만 되어도 헉헉거릴 것 같네요;;

Forgettable. 2010-08-27 13:26   좋아요 0 | URL
인셉션 아직도 막 생각나요. 넘 좋음 ㅋㅋ 배우들이 일단 훈훈하니까 ㅋㅋㅋ 두번이나 봤다니 좋겠어요. ㅠㅠ

그래도 제주도도 다녀오고 부러워요. 전 맨날 일하러만 가서 띄엄띄엄 구경해서 괜히 지겨워지기만 하고 정작 제대로 제주도 구경한 적은 없는듯. ㅎㅎ 차가 없으니깐요. ㅠㅠ 그래도 먹을건 정말 잘 먹었는데.. 회먹고 싶다. 흑흑 ㅜㅜ

일단 과거에 갔다온 거는 갔다온 거니까 그로써 충전된 에너지큰 금새 소모되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오히려 앞으로 생길 일이 저한테 더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다음 주말에 가는 여행이라던가. ^^ 여기 와서 로키 지겨워질 때까지 가려구요. 너무 좋아요. 흐흐 

요즘은 월욜부터 금욜까지 일하고 주말에 쉬는데 회사원 된 기분이에요. ㅋㅋㅋ

demian 2010-08-25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셉션...저도 보고싶었는데 여기는 스페인어 더빙이 대세인데다 영어가 있다고 해도 심오한 내용 이해 못할까봐 결국 못봤다능...ㅋ...ㅋㅋ...ㅠㅠㅠ
그래도 언제나 명랑! 썽님도 건강하게 지내고 계신것 같아 보기 좋아요^^

Forgettable. 2010-08-27 13:36   좋아요 0 | URL
스페인어 더빙........ 콜롬비아는 올드패션이네요. ㅋㅋ 심지어 더빙된 영화까지에도 환호할 것만 같은 저입니다만. ㅋㅋㅋ 영어가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재밌더라고요. 전 무척 잘 봤어용. ㅎㅎ

언제나 명랑!! 한 척 하고 있죠.
요즘 거의 뭐 ㅡㅡ;;; 데드입니다. 블로그에 가식 떨고 있어요. ㅋㅋㅋ 그래도 이렇게라도 가끔 기분전환되기도 하더라고요. 명랑한 척 글 쓰면 정말 뭔가 다 잘 진행되는 듯한 기분! 얼마안가지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