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강릉 구간의 기차길은 내가 다섯손가락 안에 꼽으며 좋아하는 길이다. 부메랑처럼 기차가 후진하기도 하고 하늘에서 산을 내려다보는 양 산속을 구비구비 달리는 기분은 아주 신난다.
그 절경을 담으려고 이칸 저칸 기차 안을 메뚜기마냥 폴짝폴짝 뛰어다녔지만 초점잡히자마자 터널이 나오거나 의외로 기차가 빨라 다 흔들려서 나온 사진은 다 ㅅㄹ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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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간은 사진보다는 직접 가서 경험해야 하니까 :) 라며 사북역 사진으로 대체ㅋㅋ
강원랜드가 있는 사북 역에는 탄광도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모텔과 전당포가 압도적으로 많다.
청정유기농시골마을 레일바이크를 탔던 곳과는 달리 차량카드귀금속을 받는다는 전당포와 괜히 부끄럽게 만드는 번쩍거리는 모텔간판들이 사북지역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같은 정선인데 극과 극을 달리는 마을들을 보면서 괜시리 씁쓸했다. 지나다니는 삐까뻔쩍 외제차들을 보며 이런 사람들이 정선의 경제에 많은 기여를 했을까란 의문과 함께 쭈구려 앉아있는 할매할배들이 살고있는 것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그냥 허수아비같았달까..
왜 하필 정선이었을까, 세상에서 가장 청량한 공기가 갑자기 쓰게 느껴졌다.
산에서 내려와 바닷길을 기차타고 칙칙폭폭 달리다보니 어느새 강릉역이다. 택시타고 강릉 터미널로 옮겨서 최종 목적지인 양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머물렀던 낙산프레야콘도- 엄청 넓어서 놀랐다 ㅋㅋ 친구 회사분이 예약해주셔서 편안하게 잘 놀긴했는데 둘이 놀기엔 뭔가 좀 허전했다는..
뭐 이래저래 도착하니 5시여서 물놀이는 못하고 사진찍으며 돌아다니는데 바다가 휑하다. 해수욕장의 로망 바닷가 헌팅도 땡이구나!??
회나 먹을까 해서 현지인의 조언을 얻어 비싸다는 대포항을 넘어 외옹치항으로 갔다. 버스 한 번 실수로 탄 적 없어서 럭키라고 소리질렀더니 바로 그 날 오후에 방송 고장난 버스를 만나서 속초터미널까지 갈 줄이야;;; 여튼 내려서 다시 친절한 강원도 버스기사 아저씨를 만나 외옹치항으로 가니 천막을 이어붙여서 빈티지한 가게가 참 우리스타일이다!
언니 술한잔 하고 가세용~ ㅋㅋ
광어 한마리, 우럭 한마리, 오징어 한마리랑 매운탕까지 3만원이다. 원래 회를 좀 좋아하기는 하는데 이만큼 맛있는 건 또 처음 먹어본 것 같다. 으흥 아직까지도 혀 위에서 광어 살점 하나가 춤을 추며 돌아다니는 듯- 아 이거먹으러 한번 더 가야되나? ;;
내내 맥주로 달리다가 이날은 참았던 욕구를 분출하기라도 하듯이 폭음했다. 역시 안주가 좋으면;; 특히 회안주가 술을 잘 빨아들이는 것 같다. 참치집만 가면 백프로 주량 초과-_- 인 것만 봐도.. 그러고보니 여행 내내 슈퍼만 가면 맥주를 사고 아침저녁할것없이 술에 젖어 있었던 듯. 흐흐 좋았는데..
요즘 이상한게 맥주마시면 얼굴이 빨개지고 팔에 반점이 생긴다. 이 현상은 소주나 양주, 와인먹을 때는 나타나지 않는데 특히 소맥마시면 얼굴 터질듯.. 소맥마시다가 소주로 바꾸면 다시 가라앉는다. 이 기현상은 뭘까..
다음날엔 오천원주고 튜브를 빌려서 물놀이를 했는데 서울에 호우경보가 울려댈때도 오지 않던 비가 쏟아진다. 물은 목욕탕의 냉탕보다 더 차가웠는데 그래도 신나서 놀다가 비오니깐 입술이 보라색이 되어버려서 그냥 모래밭으로 나왔다. 뒤에서 싼티나는 여자애들과 남자애들이 자리를 잡아서 너무 시끄러워서 오랜만에 시원하게 맞아보는 비도 포기하고 점심먹으러 돌아왔다.
평범한 대학생이 저렇게 노는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의아했다. ㅎㅎ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구나. 라고 이해하려했지만 민폐끼치는 사람들은 정말 정말 싫다. 아, 내가 이래서 서해를 가지 않았는데 괜히 눈 더럽고 귀 썩은 것 같아서 안좋은 기분으로 방으로 돌아와 씻고 밥먹고 무한도전 재방송보다가 한숨자고 일어났더니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이번 여행은 이렇게 끝- 보통 한 3~4일이면 여행 초반이라 느긋하게 자리잡고 그 도시에 적응하는 버릇이 있어서 벌써 집에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있다는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집에와서 2PM의 코피터질것만같은 무대를 감상하고 [신세계에서]로 휴가 마무리. 참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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